`휴대용 TV' 지상파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가 도심 곳곳에서 불통되는 반쪽자리 서비스가 될 위험에 처했다.
지상의 전파를 통해 방송을 보내는 지상파 DMB는 해당 전파가 잘 닿지 않는 지하도나 건물 실내 등에서 수신 장애가 발생해 영상이 끊어질 때가 많다. 매끄러운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이런 취약 지역에 일일이 전파를 잇는 `중계기'(Gap Filler)를 세워야 한다.
그러나 실제 송출망을 구축 중인 KBS와 MBC 등 지상파 DMB 사업자들은 자금난때문에 중계기를 설치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 DMB에 참여하는 방송국의 한 관계자는 17일 기자와 통화에서 "지상파 DMB 서비스 자체가 무료인데 예전 이동 통신사들처럼 음영지역마다 중계기를 설치하기엔 엄청난 돈이 든다"며 "방송사들 입장에서 이 같은 비용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휴대전화처럼 어디서나 통하는 서비스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덧붙였다. 사업자들은 현재 소비자가 지상파 DMB를 시연해보는 단말기 매장 등의 장소에만 임시방편으로 소수의 중계기를 설치해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심지 중계기가 확보되지 않으면 우선 휴대전화 등 소형 단말기를 통해 지상파DMB를 보는 소비자들이 적지않은 불편을 겪는다. 중계기가 부족한 초창기 휴대전화처럼 장소에 따라 서비스가 끊기는 답답한 상황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또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컴퓨터에 연결하는 수신기를 쓰는 이들도 피해가 클 전망이다. 지형상 전파가 잘 닿는 `난시청' 지역에서 PC를 쓴다면 별도의 긴 안테나를설치하는 것 이외에는 수신불량 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없다.
단 버스나 차 안에서 지상파 DMB를 보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이런 불편이 덜할것으로 보인다. 차량은 보통 탁 트인 공간을 달리기 때문에 전파가 차단될 가능성이낮다.
◇ "중계기 설치할 방도 없나" = 현재 서울 지하철에 설치가 진행 중인 지상파DMB 중계기는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공사가 결정된 경우다.
관련 정부부처인 정보통신부 주선으로 사업자들과 삼성전자 등 DMB 단말기 제조사들이 관련 비용 600여억원을 공동 부담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지하철 중계기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드는 도심지 중계기는 사업자와제조사 간의 `비용 분담' 논의가 아예 없어 이런 식의 공사가 힘들 전망이다.
한 휴대전화 업체 관계자는 "지상파 DMB가 잘되면 관련 단말기를 만드는 업체들이 주요 수혜자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도심지 중계기는 사업자측과 공동부담 방안에 대해 얘기해 본 적이 없는 만큼 좀 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통부 관계자는 "도심지 중계기 설치는 기본적으로 (지상파 DMB)사업자들의 할 일"이라며 "그 외의 관련 논의는 이뤄진 것이 없다"고 못박았다.
지상파 DMB는 수신료가 없고 기존 지상파 TV의 콘텐츠를 그대로 볼 수 있다는장점 때문에 인기가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정통부 집계에 따르면 지상파 DMB 수신장치는 지난달까지 모두 11만여대가 국내보급됐다.
이중 휴대전화는 2만여대, PMP와 PDA 등 다른 휴대용 기기가 2만여대, PC에 연결하는 수신기가 4만7천여대, 네비게이션 등 차량용 단말기가 2만5천여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