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6월 12일] 창립 60돌 맞은 한국은행의 과제

한국은행이 11일 창립 60주년을 맞은 것을 계기로 한은의 역할과 헤쳐나가야 할 과제 등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지고 있다. 김중수 총재는 창립 기념사에서 "금리정책은 물가ㆍ경기ㆍ금융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운용해야 한다"며 역할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통화신용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한은은 물가뿐만이 아니라 금융시장 안정 등 국내외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독립성을 강조하며 물가안정을 목표로 삼아온 한은이 환갑을 맞아 변화와 변신을 모색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글로벌화라는 경제환경 변화에 부응해 중앙은행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통화가치 및 물가안정이라는 중앙은행의 전통적 업무와 역할에 큰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지금처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국내경제를 보호하고 위기에 빠졌을 경우 경제를 살리는 일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20개국(G20)을 중심으로 중앙은행이 통화가치 안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경제위기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럼 점에서 한은이 통화정책의 목표를 물가안정에만 한정하지 않고 금융안정 등 거시경제 전반으로 넓혀나가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물가안정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아직 인플레이션이 우려될 정도는 아니지만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풀려나간 막대한 유동성이 언제 자산버블을 동반한 물가상승으로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세계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특히 외국자본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금융시장 여건상 자율적으로 통화정책을 구사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출구전략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정책능력을 키워야 한다. 국제협력 강화도 중요한 과제이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안전망 구축과 금융규제 등 새로운 국제룰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국제질서 개편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보다는 수동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오는 11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 의장국의 지위를 최대한 활용해 세계 금융질서 재편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한은의 위상과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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