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자국 이익' 넘어 국제이슈서 보편가치 추구 대열 동참해야


*대국을 넘어 강국이 되려면.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지난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개막식 축사에서 “각국의 다양한 발전모델을 존중해야 한다”며 “세계경제 회복을 촉진하려면 주요국 통화의 환율이 안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위안화 절상요구를 일축하고 중국식 발전모델을 인정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막강한 재정자금을 쏟아 부으며 세계경제를 견인해온 중국은 세계최대의 외환보유액, 수출ㆍ외국인투자 1위 등의 막강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에 대놓고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대국으로 부상했다. 세계 경제질서 재편 과정에서는 물론 국제 안보와 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를 논의하는 명실상부한 ‘G2’인인 셈이다. 국제사회가 중국에 대국에 따른 책임을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은 천안함 사태, 이란핵 확산, 인권 등 외교안보 문제부터 위안화 저평가 문제 등 세계 경제 이슈에 대해서는 방관자로 머물거나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며 미적거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일본과의 센카쿠열도 영토분쟁 등 자국의 핵심이익에 대해서는 희토류의 대일 수출중단 등 갖은 실력행위를 통해 주변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의 위성 요격기술개발, 항공모함 건조 추진 등 놀라운 군사력 증강에 국제사회가 중국에 패권주의의 의혹을 보내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찰스 프리만 중국전문 연구원은 “중국은 글로벌 문제에 대한 영향이 갈수록 커지는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중국 지도부는 자국의 이해와 직접 관계되지 않는 한 세계안보에 그렇게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이중적 잣대는 중국이 남중국해 영토분쟁 등 필요할 때는 대국의 위력을 과시해 상대국을 제압하려 하고 경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개도국 발전모델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요구를 피해나가는 이중성으로 비쳐지고 있다. 원 총리는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중국이 선진국이 되려면 100년은 더 있어야 된다”며 국제사회의 위안화 시장환율 촉구를 일축했다. 중국이 지난 6월 위안화환율체계를 시장친화적으로 만들겠다며 고정환율제에서 복수통화바스켓에 기반한 관리변동환율제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위안화 환율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 없다는 게 시장관계자의 한결 된 분석이다. 박한진 KOTRA 베이징 무역관 부관장은 “위안화가 시장환율체계로 한걸음 나아갔다지만 달러화, 유로화 등 주요 통화를 배합해 결정하는 복수통화바스켓은 블랙박스와 같아 어느 방향으로 위안화 환율이 나아갈지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덩치만 큰 대국을 넘어 국제사회의 헤게모니를 쥘 수 있는 강국이 되려면 외교, 안보, 경제 등 다방면의 대외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 추구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국제사회에 보호주의를 배격하고 자유무역ㆍ공정경쟁 환경을 지켜야 세계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중국 소재 외자기업 상당수는 중국이 일방적인 기술표준을 강요하고 첨단기술업체의 경우 합작 등을 통한 강압적인 기술이전을 강요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중국정부가 정보기술(IT) 제품을 조달할 때 소스코드를 공개하도록 한 ‘정보보안 강제인증제’도 중국 자체기술은 발전시키고 외국 기술은 적극적으로 빼가겠다는 저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고 있다. 물론 중국이 심각한 지역ㆍ계층간 빈부격차, 공산당 내부부패 등 내부모순을 안고 있어 선진국으로 가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시각이 엄존한다. 보시라이 중국 전 상무부장이 미국과의 협상시 “중국은 저임 노동자들이 만드는 8억 개의 옷을 팔아야 미국의 보잉기 한대를 파는 수익을 낸다”는 말은 중국경제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다. 공상은행, 페트로차이나 등 중국의 은행과 석유기업이 세계최대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4개나 포진하고 있지만 덩치만 클 뿐 진정한 기술과 경쟁력을 가진 글로벌 브랜드는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중국이 15일 개막한 17기 5중전회에서 최우선 경제정책으로 성장과 함께 분배에 방점을 두는 포용적 성장노선을 결정하고 신생에너지를 포함한 전략산업 투자확대 등 대규모 경제체질 전환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