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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7년, 충남 대산에 공장을 가동한지 수 년 만에 닥쳐온 시장 침체를 견디다 못한 당시 삼성토탈 임직원들은 일본 치바현으로 날아갔다. 일본 석유화학 업체인 이데미츠의 공장에서 선진 기업의 비결을 찾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파견부대'는 이데미츠의 'TPM(Total Productive Maintenance)'을 갖고 돌아왔다. 기본적인 공장 관리부터 차근차근 혁신하고 직원 개개인의 업무 능력을 높여 공장의 생산성 강화를 이뤄낸다는 일종의 경영 철학이자 실천 방안이었다.
20년여 후 삼성토탈의 TPM은 이데미츠 관계자들이 거꾸로 벤치마킹을 위해 견학하러 올 만큼 발전했다. TPM 정신에 따라 국가로부터 최고 수준의 숙련도를 인정받은 '기능장'은 전체 현장 직원 중 36%까지 늘어났다.
이들의 꾸준한 생산성 개선은 1991년 1,100억원 수준이었던 삼성토탈의 매출을 지난해 8조7,000억원까지 늘린 일등공신으로 평가된다.
삼성토탈이 한화그룹으로 편입되며 한화토탈로 바뀐 지금, 대산공장 임직원들이 처음 TPM을 도입했던 의미를 계승한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토탈은 올해 매출 10조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경쟁력을 끌어 올리기 위한 방안을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산 규모 면에선 이미 준비가 갖춰졌다. 한화토탈은 지난해 7월까지 3년간 총 2조원을 들여 증산 작업을 마쳤다. 파라자일렌(PX) 등 방향족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추가로 들어섰고, 휘발유·경유 생산량이 늘어났다. 전체 근무 인원도 1,000명에서 1,500여명으로 50%가 늘었다.
한화토탈은 앞으로 한화그룹과의 시너지 강화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한화토탈이 한화 가족이 되면서 한화의 전체 석유화학 사업 규모는 19조원으로 늘었다. 석유화학의 기초원료인 에틸렌 생산량은 한화토탈의 생산량이 더해지면서 세계 9위 수준인 291만톤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폴리프로필렌·스티렌모노머·PX와 경유·항공유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한다는 의미도 크다.
질적인 측면의 업그레이드도 진행된다. 한화토탈 측은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 같은 제품도 운동화 밑창에 쓰는 범용 제품이 아니라 태양광 패널에 들어가는 제품 비중을 늘리는 등 장기적으로 고급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다소 진통이 있었지만, 편입 한 달여가 지난 현재 임직원들의 사기는 최고조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막상 한 가족이 된 이후에는 노사 관계도 원활하고 서로 잘 해보자는 분위기가 충만하다"고 전했다. 김희철 한화토탈 대표는 매주 이틀 이상 공장을 방문하며 회사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