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로 불황을 타개하라.' 장기화되고 있는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출판업계가 신간 보다 인기 구간(舊刊)의 개정판 출간에 적극 나섰다. 최근 출판계에 따르면 민음사ㆍ문학동네ㆍ다산초당 등 중대형 출판사들이 과거 히트작의 표지 디자인을 바꾸고 내용을 수정ㆍ보완하는 등 개정판 출간으로 스테디셀러의 인기를 지속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민음사는 11년 전 기획한 세계문학전집의 200권째 출간을 기념하면서 전집 중 가장 인기를 끌었던 10권을 뽑아 전문 디자이너들에게 표지 디자인을 맡겨 2000세트 한정으로 개정판을 출간했다. 한정세트에는 '호밀밭의 파수꾼' '오만과 편견' '동물농장' 등 그동안 20만권 이상 판매된 작품들로 골랐다. 장은수 민음사 대표는 "불황을 굳건하게 버틸 수 있는 출판사를 결정짓는 요인 중 하나가 확보하고 있는 스테디셀러의 종 수"라며 "이번 개정판은 '읽는다'는 기존 책의 물성(物性)에서 '본다'라는 차원으로 디자인을 보강했다"고 말했다. 문학동네는 1996년 출간해 지금까지 50만권 이상이 팔린 은희경 씨의 소설 '새의 선물'의 표지와 판형을 바꾼 개정판을 낼 예정이다. 또 1994년 나온 윤대녕 씨의 소설 '은어낚시 통신'의 내용을 대폭 수정해 3월에 개정판을 낸다. 염현숙 문학동네 국장은 "신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표지와 판형을 변경하고 내용을 수정해 새로운 독자층을 발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서로는 이덕일의 '조선왕 독살사건'이 최근 개정증보판을 냈다. '조선왕…'은 2002년 출판사 푸른역사에서 나온 '누가 왕을 죽였는가'를 개정, 2005년 1권으로 낸 책. 최근 내용을 대폭 보완해 총 2권으로 개정판을 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왕의 독살'이라는 역사적 주제를 다뤄 '독살설로 보는 새로운 조선왕조실록'으로 평가를 받았다. 2005년판은 지금까지 26만부가 팔렸다. 출판계의 활발한 개정판 출간은 외국서적 번역이 주춤해지고 있는 것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번역서 중개역할을 하는 에이전시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출판사들의 외서 계약이 2006년에 비해 약 20%정도 줄어들고 있으며 올해 그 추세가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외서를 번역ㆍ출간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돼 경제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요즘 같은 상황에는 위험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최근 불황이 10년 전 외환위기와 비슷해 예전 인기 코드가 다시 독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판단에 출판사들이 신간 출간보다 구간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