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담뱃값으로 채워지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의 내년도 수입 규모를 올해와 동일한 수준으로 산정, 사실상 연내 담뱃값 500원 인상 방침을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예산처는 20일 “내년도 건강증진기금 수입 규모를 올해(1조7,500억원 잠정)와 거의 비슷한 1조7,580억원으로 평가해 관련 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사업들을 편성했다”며 “이는 담뱃값 추가 인상을 전제로 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처는 1조7,580억원의 기금 재원을 가지고 내년 맞춤형 방문보건사업을 올해 155억원 수준에서 내년 304억원으로 늘리고 암 검진 및 의료비 지원사업은 412억원에서 532억원으로 확대했다. 기획처 관계자는 그러나 “일부 사업 예산을 이처럼 확대했지만 전체적인 사업비 지출 규모는 올해보다 더 줄여 보수적으로 운영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순수히 담배 판매로 발생하는 건강증진기금의 확대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담배 1갑당 부과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현행 354원에서 558원으로 인상, 전체적으로 담배 1갑당 가격을 500원 올리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지난 2005년부터 국회에 제출한 상태지만 한나라당의 반대로 번번히 국회 통과가 좌절된 상태다. 이번 9월 정기국회와 17대 국회의 마지막 회기인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도 인상안이 통과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기획처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이 이뤄지면 지금보다 기금 수입이 7,000억~8,000억원가량 크게 늘어난다”며 “그러나 연말 대선 등 정치 일정 때문에 더더욱 국회 통과는 불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