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선전선동의 장으로 추락한 대선 첫 TV토론

18대 대선 과정의 하이라이트인 대선 후보 TV토론이 4일 저녁 열렸다. 국민들로서는 후보 간 토론을 통해 정견과 자질을 직접 눈과 귀로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하지만 이날 토론은 완전히 수준 이하, 기대 이하였다. 당초 토론 주제는 한국 정치의 쇄신방안, 권력형 비리 근절대책, 대북정책, 주변국 외교정책 등이었다. 역대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이 줄줄이 구속되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어떻게 극복할지, 뇌물검사 등 검찰은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지, 주변 강국의 세력쟁탈전이 가열되고 있는 한반도 주변정세 속에 우리 외교 지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하나같이 시급하고 중차대한 주제들이다.

1시간50분가량에 걸친 토론시간 내내 후보들은 분야별 주제와 무관한 인신공격성 발언을 수시로 쏟아냈다. 사회자 입에서 "주제 범주를 벗어나지 않고 토론해달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올 정도였다.


특히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박근혜 후보 공격은 시청자가 짜증이 날 정도로 본말이 전도된 내용으로 일관됐다. 이 후보는 토론시간 내내 정수장학회 문제, 전두환 정권 당시 생계비 6억원 수수 등 주제에서 벗어난 박 후보의 과거사 문제에 매달려 공세를 퍼부었다. 이에 "이 후보는 오늘 나를 어떻게든 내려 앉히기 위해 작정하고 네거티브로 나오고 있다"는 박 후보의 대응은 부질 없는 토론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후보 단일화를 한다면서 이렇게 토론회에 나오고 국고보조금도 그대로 받는다면 도덕적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박 후보의 질문에 대해 이 후보는 "나는 오늘 박 후보를 떨어뜨리려고 나왔다"는 말까지 했다. 이 후보는 TV토론회를 정책선거의 장이 아닌 선전선동의 장으로 활용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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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대선 전 세 차례 열리는 후보 TV토론회에 모두 참석한다. 현행 선거법상 초청 대상을 국회 5석 이상 의석을 가진 정당의 후보로 정해놨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법상 이 후보의 토론회 참석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국민들은 유력 대선 후보 사이의 진지한 토론과 정책차별화를 평가하는 기회로서 TV토론을 접한다. 누가 말싸움에 능한지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한 비전과 실천역량을 갖춘 후보가 누군지를 국민들은 토론을 통해 알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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