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시련 깊어지는 최경환

구조개혁 골든타임 지나가는데 경기마저 적신호

최근 "디플레 우려" 발언에 "금리인하 압박" "조급함 표현"

해석 엇갈리며 논란 일어

공격적 부양 강조하다가 구조개혁→임금인상 거론… 정책 메시지 혼선 지적도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 연구소가 주최한 조찬 강연에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즉시 발언의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그가 그동안 "디플레이션이 아닌 디스인플레이션"이라고 계속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강연을 마친 최 경제부총리는 "아직 디플레이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상황이 장기적으로 계속되면 심리적인 위축요인으로 갈 수 있어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다는 얘기"라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최 경제부총리의 발언 이후 논란은 식지 않고 있다. 급기야 그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 번 찔러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지난해 7월 점차 꺼져가는 한국 경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구원투수로 등장해 '경기부양'과 '구조개혁'이라는 두 마리의 사자를 잡겠다고 나선 최 경제부총리가 부동산거래 증가 외에는 눈에 띄는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조급함을 나타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7월 내정 직후부터 공격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우려한다"거나 부동산 시장의 핵심규제인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겨냥한 "여름철 겨울옷"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는 취임 직후 "그동안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겠다"며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가계소득증대 3대 패키지' 등 새로운 정책을 다수 선보였다. 오랫동안 논란이 됐던 온실가스배출제도 그의 발언을 통해 정리됐다. 한마디로 실세 부총리였다. 대한민국의 모든 경제정책이 그의 입을 통해 시작되고 그의 손을 통해 마무리됐다. 근혜노믹스가 아닌 '초이노믹스'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최 경제부총리가 지난 몇 개월간 방점을 찍은 화두는 '4대 구조개혁'이다. 노동·공공·교육·금융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최근에는 구조개혁을 두 마리 사자에 비유하며 어렵지만 꼭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 그가 올해 들어 부쩍 힘이 부치는 모습이 역력하다. 구조개혁이 더딘데다 생각만큼 경기도 살아나지 않고 있어서다. 연초부터 끊은 담배로 인한 금단현상 때문인지 취임 초기와 달리 부하직원들에게 부쩍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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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없는 복지 논쟁과 연말정산 소급적용이라는 후폭풍은 결정타였다. 이 시점을 기점으로 그의 발언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모든 일에 총대를 메고 나섰던 그가 국회와 당정에 일을 미루기 시작하는 발언을 내놓기 시작한다. 급기야 그의 입에서 "더 이상 고성장은 없다.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정치인 최경환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예견했던 일지만 정작 그의 입에서 직접 듣는 것은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까.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한 것이 그의 발언에서 또렷이 느껴진다. 최저임금을 이른 시일 내에 올려야 한다는 지난 4일의 발언은 내수활성화와 가계소득 증대정책의 연장선이기는 하지만 최근 야당이 제기한 소득주도성장론과 맥락을 같이해 논란을 빚고 있다.

정책 메시지가 자주 바뀌어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내 경제통은 "최경환 경제팀은 지난해 공격적 부양을 외치다 구조개혁으로 전환했다"며 "두 개 모두 성과가 나지 않는지 이제는 임금을 올리겠다고 하니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반세기 동안 우리 경제에 켜켜이 쌓인 구조적인 적폐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자괴감의 발로일까. 그의 발언 때문에 정권을 걸고 추진해도 모자랄 구조개혁의 추동력이 급격하게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경기활성화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구조개혁은 환영 받기 힘든 과제"라며 "우리 경제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모멘텀을 상실한 만큼 (금리 인하뿐만 아니라) 모든 경제주체들이 깜짝 놀랄 정도의 대책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나와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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