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물가 당분간 더 오른다"

원자재값 상승등 영향 4월 수입물가 31% 폭등<br>KDI·한은·금융硏, 소비자물가 전망치 상향조정<br>전문가 "고환율 체제로 오름세 더욱 가팔라질것"

물가가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하고 있다. 최근 수입물가ㆍ생산자물가ㆍ소비자물가 등 각종 물가지표가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로 급등한 데 이어 지난 4월 수입물가는 10년 만에 30%대를 돌파했다. 특히 국제유가가 연일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다 환율마저 2년반 만에 1,040원대로 급등해 기록적인 물가 폭등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물가가 소비를 위축시키고 결국 내수부진으로 연결되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경제가 ‘물가 쓰나미’에 완전히 포위된 형국이다.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중 수출입물가 동향’에 따르면 4월 수입물가(원화 기준)는 전년동기 대비 31.3% 폭등했다. 이는 1998년 5월의 31.9% 이후 최고치다. 수입물가는 지난해 11월 13.7%로 두자릿수까지 급등한 뒤 12월 15.6%, 올해 1월 21.2%, 2월 22.2%, 3월 28.0% 등으로 쉼 없이 상승하고 있다. 수입물가가 급등한 것은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된데다 환율상승의 영향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원자재는 전년동기 대비 58.5% 급등했고 중간재는 20.4% 상승했다. 원자재 중 비중이 큰 원유가 전달보다 7.5% 상승했고 액화천연가스(6.7%), 천연인산칼슘(24.4%), 무연탄(23.2%), 원면(7.5%) 등도 크게 올랐다. 중간재는 고철(23.6%)을 비롯해 경유(11.0%), 휘발유(8.0%), 액화가스(10.8%) 등 석유화학 제품과 금속제품을 중심으로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원ㆍ달러 환율 급등세도 수입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4월 평균환율은 986원66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31원50전보다 5.9% 올라 원화로 표시된 수입물가를 끌어올렸다. 환율변동 효과가 제거된 계약통화 기준(외화표시 수입가격)으로 수입물가는 전년동기 대비 21.9% 올라 원화 기준 상승률(31.3%)보다 9.4%포인트 낮았다. 현재로서는 물가의 고공행진이 앞으로 몇 달간 더 진행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4월 말 국제유가가 120달러를 넘어선 후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환율마저 1,040원대로 치솟으며 수입물가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 및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IMF 사태 이후 최고치로 급등한 4월 생산자물가(9.7%)와 4.1%로 솟구친 소비자물가 모두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당초 2.8%에서 4.1%로 크게 상향 조정했고 한국금융연구원도 3.2%에서 3.6%로 높여 잡았다. 한국은행도 연간 3.3% 전망치를 상당폭 올려 잡을 방침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가상승을 자극하는 환율상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환율상승분은 고스란히 상품 및 서비스 가격에 반영되는데 최근 국내 수급구조상 환율이 고환율체제로 바뀌었고, 특히 1,100원대 진입도 예상되기 때문에 물가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4월 수입물가만 해도 상승폭의 3분의1가량은 환율 상승분이 반영됐다. 환율만 오르지 않았다면 수입물가는 전달과 비슷했다는 얘기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유가 불확실성이 크고 환율도 상승세를 보여 물가압력이 3ㆍ4분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환율이 급등하면 경상수지 개선 효과도 있지만 물가상승을 부추겨 구매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우려했다. 환율급등은 물가에 전가돼 소비자의 지갑을 닫게 하고 이는 결국 내수부진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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