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황우석 후폭풍 확산

과학계 위상추락·생명공학연구 위축 불가피<br>서울대 수의대 합격자 미등록률 25% 달해<br>"국내 과학계 자정능력 확인이 그나마 위안"

황우석 교수팀의 올해 사이언스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한국 과학계의 위상추락과 생명공학(BT) 연구 투자감소 우려 등 후폭풍이 심해지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활동이 나름대로 국내 과학계가 지닌 자정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 과학계의 위상추락=이번 논문조작 파동이 세계 과학계에서 국내 다른 학자들의 연구논문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는 24일(현지시간) 서울대에서 미국 학술지에 제출한 논문 가운데 최소한 한 건에서 조작을 시사하는 증거가 발견돼 이에 관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황 교수의 논문을 게재했던 사이언스측이 황 교수의 2004, 2005년 논문 외에 개 복제에 대해서도 조작 여부를 검증하고 있으나 “여기서 그치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네이처나 사이언스보다) 유명도가 덜한 학술지에 제출된 연구논문에 대한 검증 작업을 해 온 한 과학자가 23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고 전했다. 이는 연구에 대한 과학적ㆍ윤리적 감시체제 면에서도 한국은 허술하다는 불신감이 제기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생명공학 연구 위축 불가피=과학기술부가 이번 논문조작 파문에도 불구하고 줄기세포 등 생명공학 연구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나섬에도 불구하고 생명공학 산업에 대한 상당한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사회에서의 국내 과학계, 특히 생명공학계에 대한 불신은 곧 투자와 관심의 위축으로 이어지며 외국 과학계와의 공동연구에도 상당한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논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처럼 전체 생명공학 연구성과가 그동안 많이 부풀려져 왔다는 지적도 있다. 즉 몇 년전 인터넷 거품이 꺼지면서 정보기술(IT) 산업이 부딪힌 상황처럼 생명공학에도 마찬가지의 침체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려다. 황우석 파동을 겪고 있는 서울대 수의대의 수시2학기 합격자 12명 중 3명이 등록을 포기, 미등록률이 25%에 달한 것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서울대 전체의 미등록률은 8.7%에 불과했다. 서활 연세대 의대 교수는 “생명공학 등 거의 모든 연구비가 실용화에만 집중돼 있어 순수기초연구부터 출발해야 할 연구자들이 압박을 많이 받는다”며 “가뜩이나 이공계 위기가 심각한데 이번 사건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과학계의 자정능력 보여줘=그나마 이번 파문이 외국기관이 아닌,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등 국내 과학자들에 의해 문제제기가 시작돼 결국 해결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은 한가지 위안을 준다. 한국 과학계에도 자정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특정 연구자에 대한 몰아주기식 지원을 지양함과 함께 논문조작이라는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자체 검증, 내부고발 시스템 구축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재섭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이번 파문이 과학에는 조금이라도 거짓이 있으면 안 된다는 각성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국내 자체적으로 그것도 대학원생들이 다 밝혀낸 것은 국내 과학계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최수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