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황당한 규제'도 수두룩

■ 재계 1,664건 규제 폐지·개선 건의<br>장애인 보행땐 흰 지팡이 휴대…中卒미만 자비유학 금지…

‘시각장애인이 도로를 보행할 때는 반드시 흰색 지팡이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도로교통법)’, ‘중졸 미만은 자비유학을 금한다.(교육법)’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번 규제백서에서 조사 발표한 내용들에는 ‘도저히 법집행이 불가능하거나 사실상 사문화된 황당한 내용의 법규ㆍ제도’들이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아가 제도적 편익에 비해 사회적 비용이 더 크게 지불되는 불량 규제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례로 현행법상 분묘의 설치기간은 15년으로 하고 15년씩 3회에 걸쳐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개인 묘지의 사용기간을 실제로 관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형식적인 규제의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다. 항해 중인 선박의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규제도 측정ㆍ감시에 대한 효율적인 정책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벌칙만 지나치게 강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준과 절차가 이상론에 치우친 나머지 사실상 사문화된 규제도 있다. 관광지 등에서 오물투기나 확성기 소음, 부당한 상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지만 규제 준수율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또 온천에는 반드시 온천마크를 부착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마크는 온천이 아닌 일반 목욕탕에서도 사용되고 있어 사실상 차별효과가 없다. 이주선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본부장은 “이상론에 치우친 사문화된 규제는 준수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규제 집행자와 피규제자가 현장에서 타협하기도 해 비리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하루빨리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에 따른 효과보다는 사회적 비용이 더 많은 규제도 있다. 노동법에는 노사 간에 별다른 의제가 없어도 3개월마다 노사협의회 정기회의를 개최하도록 하고, 개최하지 않을 때는 형벌을 부과하고 있다. 또 50m 이내에는 2개 이상의 담배소매인 영업소를 둘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규제의 실효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비용까지 유발하고 있다. 묘지의 사전 매매ㆍ양도ㆍ임대를 금지하고 있는 규정도 관련 산업의 발전에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특정 집단에만 경제적 특혜를 줌으로써 국민들의 경제적 기회를 제한하는 규정도 있다. 자동차 대여업의 영업제한 규정이 이런 사례다. 예를 들어 제주도에서는 제주도에 본사를 둔 자동차 대여업체에 한해서만 영업을 허용하기 때문에 외지 업체들의 영업이 금지돼 자동차 임대료의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사설 화장장과 사설 납골시설을 민법상 재단법인만이 설치ㆍ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민간 부문에 의한 장사시설 확충을 크게 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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