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거셌던 지난달 6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에서도 주거환경이 가장 열악하기로 악명 높은 영등포 쪽방촌을 깜짝 방문했다.
그는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앉아 그 곳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었고 주민들은 박 시장의 손을 꼭 잡고 고맙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현장을 같이 방문했던 시 공무원들이 찬바람을 몸으로 견디는 주민들을 위해 그 자리에서 돈을 모아 이불을 선물했다는 훈훈한 이야기도 들려왔다.
지난 16일 서울시가 '임대주택 8만호+α 계획'을 발표했다. 브리핑룸에서 계획을 듣고 있는 기자의 눈앞에 박 시장이 영등포 쪽방촌을 방문했던 당시 모습이 순간 스쳐 지나갔다. 어려운 이들의 삶을 보듬었기 때문일까. 시의 주거 정책에서 무주택 서민에 대한 배려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시의 임대주택8만호+α 계획을 찬찬히 뜯어보면 지금까지의 공공임대주택 정책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국가대표라고 할 수 있는 보금자리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도심 외곽에 공공분양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이다. 정책의 성공을 나타내는 잣대는 몇 호를 공급했는지가 전부다. 도심에서 하루벌이로 먹고사는 빈곤층에게 얼마나 친절한 정책이었는지를 생각하면 물음표가 달릴 수밖에 없다.
그와 달리 서울시의 '+α'에는 정책 당국의 섬세하고 따뜻한 배려가 담겨 있다. 지방학생을 위한 공공기숙사ㆍ장기안심주택ㆍ의료안심주택ㆍ노후안심주택ㆍ일자리 지원형 공공임대, 그리고 협동조합형 임대주택까지. 실제로 저가의 임대주택이 필요한 이들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다.
하지만 '박원순 표'임대주택 정책은 이제 시작이고 처음인 탓에 다소 '실험적'이다. 성공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참신하다고 평가 받은 '임대주택의 다양화'라는 아이디어만큼 공급도 순항해야 하고 수요자 선정에서도 시비가 없어야 한다.
부디 박 시장의 임대주택 실험이 성공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