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한국 우주인 이소연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박사가 퇴사할지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260억원을 투자해 우주인으로 만들어줬더니 우주항공 분야 발전에 기여할 생각은 않고 본인 앞날만 챙긴다"는 것이 비판의 논지다.
정부가 막대한 돈을 퍼부은 것도 맞고 이 박사가 새 삶을 준비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개인의 도덕적 해이 문제로 몰아갈 일일까.
우주산업 인프라 선진국에서도 영국의 첫 여성 우주인 헬렌 셔먼을 비롯해 다수의 우주인이 퇴사 후 본업으로 돌아가거나 새 삶을 찾았다. 먹튀 논란은 없었다. 우주산업 육성책이 우주인 한 명의 전업으로 전복된다면 그건 산업도 정책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박사 한 명 때문에 혈세 260억원이 공중으로 날아갔다는 주장은 반대로 우리 우주정책이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자인하는 꼴이다. 260억원은 우리 우주산업 인프라 구축의 첫발로 투여된 거지 우주인에게 구세주가 돼 달라고 개인 계좌에 넣은 것이 아니다.
이 박사가 우주인이 된 지 벌써 6년이나 됐다. 하지만 그동안 그가 할 수 있던 것은 사실상 대중 강연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우주정거장·발사체도 없는 데다 추가 투자와 후속 프로젝트 의지도 없는 나라에서 먹튀 소리를 피하겠다고 평생 260억원어치 강연이나 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이 박사는 지난 2008년 첫 한국 우주인이 된 뒤 4년간 235회의 강연에서 8,000만원 이상의 강연료를 챙겼다며 지난해 정치인들로부터 일찌감치 마녀사냥의 대상으로 지적됐다. 우주인 관리규정 등에 따른 것인 데도 말이다. 강연 수입으로 다수의 대외 후원활동을 해온 사실에는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다.
이번 논란으로 정말 치부를 드러내야 하는 건 이 박사의 사생활이 아니라 장기 플랜 없는 정부의 우주항공정책이다. 어찌 됐든 이 박사는 2년의 의무기간을 지켰고 그의 활용에 뒷짐만 졌던 건 정부다. 한심한 정부 정책에서 비롯된 짐을 이 박사에게 전부 지우는 것은 분명 치졸한 처사다.
/정보산업부=윤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