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극복 10년 만에 한국 경제에 ‘글로벌 불균형’이라는 또 다른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한국 경제는 최근 10년 동안 기업들의 투자기피와 성장엔진 동력 약화로 외부 경제환경 변화에 민감해진 상태여서 미국과 동아시아의 글로벌 불균형이라는 새로운 위기요인에 심각한 취약점을 드러낼 것으로 우려됐다. 1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학술대회에서 ‘외환위기 이후 10년-전개과정과 과제’라는 논문을 발표한 박영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와 이창용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로 인한 글로벌 불균형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전세계 경기침체가 동아시아 통화 급등에 따른 자산시장 붕괴와 맞물려 걷잡을 수 없는 글로벌 경제불안이 야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미국 수출시장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은 지난 97년 위기에 못지 않은 심각한 실물경제 피해를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들은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를 담보로 외환을 축적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자산시장 거품 현상이 심화됐다”며 “달러화 급락을 막기 위해 미국 금리가 상승하면 주식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자산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은 특히 한국 경제에 대해 “부동산 붐에 이은 증시 거품으로 경제의 안정기반이 위협받고 있다”며 “참여정부 들어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이 약화되면서 정부 정책 불신과 외면, 냉소적 반응이 만연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같은 위기 없이 경제가 현상유지를 할 경우에도 앞으로 10년 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5%를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곽노선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경제가 현추세를 유지한다면 2005년에서 2015년까지 잠재성장률이 4.73%선에 머물 것”으로 추정했다. 곽 교수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과거 6~7%의 고도 성장기에서 크게 하락한 이유는 노동투입과 자본투입 증가율, 설비투자, 생산성이 모두 둔화됐기 때문”이라며 “성장률을 높이려면 노동시장 효율성 제고와 투자 활성화, 시장원리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제도적ㆍ구조적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