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음악유통 온-오프 손잡아
공유서비스 냅스터, 獨 베르텔스만과 제휴
디지털 음악유통 시장에 `온-오프 동거'가 시작됐다.
세계 3위 음반업체인 BMG 엔터테인먼트를 소유하고 있는 독일 베르텔스만 그룹은 31일 3,800만 회원에게 인터넷 음악파일 공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냅스터와 제휴를 맺고 인터넷상에서 회원제 음악유통 서비스를 벌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미 연방법원에 냅스터를 저작권 침해 혐의로 소송한 18개 음반사 가운데 하나인 베르텔스만측은 조만간 이 소송도 취하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이번 제휴로 음반업체들과 1년 가까이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는 냅스터가 합법 서비스 업체로 거듭나고 음악유통에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디지털 시대 음반유통의 전기 마련=냅스터와 베르텔스만의 제휴는 그동안 `아날로그 시대 잣대로 디지털 음악유통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을 받아온 음반업체의 중대한 입장변화를 보여준다. 음반 회사들이 법적 분쟁을 중지하는 대신 저작권 보호와 수익마련을 위한 현실성 있는 사업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또 개인간 음악 공유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무료 서비스를 강조해온 냅스터가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도 음악유통의 새로운 패러다임 마련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 발표에 따르면 냅스터는 1달에 4.95달러를 지불하는 유료회원에게만 음악 파일을 제공하는 새로운 업체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베르텔스만은 이 회사에 자금을 투자, 지분을 확보하고 자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음악 이용권을 이 회사에 제공하게 된다.
베르텔스만측은 구체적인 투자자금이나 저작권 수수료 비중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 회사가 받게 될 수수료가 “가수, 작곡가, 음반업체에 실질적인 비율을 제공할 것”이라며 충분히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냅스터측은 현재 무료로 운영중인 기존 서비스는 계속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서비스는 자신들과 이용계약을 맺지 않은 음반업체들의 음악과 자신들의 음악배포를 허용하는 무명가수 및 레이블에서 나온 음악에 국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컨설팅 기업인 레이먼드 제임스의 애널리스트 필 레이는 “(이번 합의가) 전체 음반산업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빅5 가운데 하나인 베르텔스만이 선수를 친 이상 다른 음반업체들도 태도를 변화시킬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소송에도 영향 미칠 듯=타임워너, EMI 등 냅스터와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업체들도 이날 발표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들은 무료 서비스를 강조해온 냅스터가 저작권료 지급에 합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음반업체들을 대리해 소송을 벌이고 있는 전미음반업협회(RIAA)의 힐러리 로즌 회장도 “냅스터측이 음악 창작자들과 협력키로 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소송이 당장 취하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음반업체들이 냅스터와의 제휴관계를 맺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냅스터측이 스스로 저작권 지급에 동의한 이상 음반업체들이 향후 소송전개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진행될 것으로 판단하고 법정싸움을 끝까지 밀어부칠 가능성도 있다.
입력시간 2000/11/0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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