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주식회사는 C은행 강남지점을 주거래은행으로 거래를 해왔고 A회사 경리부장인 B가 은행거래 업무를 담당해왔다.
B는 C은행 강남지점의 담당직원 D와 거래관계로 자주 접촉하던 중 D에게 “A회사의 긴급한 자금 필요가 있으니 10억원의 자기앞수표를 발행해 주면 마감시간 내에 입금시켜주겠다”며 여신제공을 부탁했다.
D는 B의 요청에 따라 10억원 상당의 자기앞수표를 발행, 교부하고 B는 당일 마감 시간 전에 여신금액 상당을 입금했다.
B는 C은행의 D직원과 이 같은 거래를 수 차례 계속하던 중 D로부터 교부 받은 자기앞수표 10억원을 변제하지 못하게 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B는 D로부터 교부 받은 자기앞수표를 A회사와 무관하게 개인적인 사채업 운영에 사용했던 것이다.
이 경우 A회사는 B가 C은행으로부터 교부 받은 자기앞수표 10억원 상당의 여신을 반환할 책임이 있을까?
일반적으로 주식회사의 경리부장은 경상자금의 수입과 지출, 은행거래 등 경리사무 일체에 대해 그 권한을 위임받은 것으로 보지만 자금차용에 관해 상법 제15조의 ‘부분적 포괄대리권’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경리부장의 직위나 직책, 자금차입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 및 특히 회사의 자금차입을 위해서는 이사회 결의를 요하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독자적인 자금차용에 관한 권한이 회사로부터 경리부장에게 위임된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88다카3250판결 참조)
또 D가 B에게 적법한 자금차입 권한이 있는 것으로 믿었다 하더라도 C은행의 담당직원 D가 C은행 소정의 대출절차를 밟았다면 A회사의 경리부장 B에게 자금차용에 대한 권한이 있었는지 여부를 손쉽게 알 수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D의 믿음에는 큰 과실이 있다.
따라서 C은행은 B에게 A회사를 위해 자금을 차입할 권한이 있다거나 그러한 권한이 있다고 믿었음을 전제로 표현대리책임을 물어 10억원의 여신에 대한 변제를 구할 수는 없다.
다만 B가 D에게 A회사의 긴급한 자금수요를 핑계로 수차 10억원 상당의 여신을 얻은 행위가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면 A는 B의 사용자로서 민법 제756조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