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FTA와 기업인의 자세

오는 4월 1일부터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협약이 발효된다. 또 지난해 10월 방콕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ㆍ싱가포르, 한ㆍ일, 정상회담을 통해 각각 2004년과 2005년 안에 FTA를 타결하겠다는 일정이 잡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FTA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오늘날 세계 통상 환경은 `글로벌화`와 `지역화`가 공존하는 가운데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가속화 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국가간 FTA가 확산되는 이 시점에 대외 무역으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지혜롭게 헤쳐 온 우리나라에게 있어 수출이 성장을 이끄는 기관차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사실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970년대에만 하더라도 5.7%에 불과했던 것이 지난해에는 그 10배에 가까운 54%까지 상승했으니 수출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얼마나 커졌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지금은 수출이 10%만 늘고 줄어도 성장률이 5%나 오르락 내리락 할 정도가 됐다. 언론 보도를 보더라도 지난 2월 수출이 15년 6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하는 등 올 들어 수출 급증세가 두드러지고 있고 지난 두달간 무역흑자 49억 달러를 기록, 올해 전망치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고 한다. 이처럼 FTA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수출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살려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FTA 체결은 국내의 보호장벽에 안주하던 산업에는 세계와의 무한경쟁이 강요될 것이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산업은 더 넓은 시장으로의 진출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큰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FTA 체결은 기업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가 선진국으로 진입할 것인가 혹은 낙오될 것인가를 결정짓는 중요한 사안이다. 일본과 같은 선진국과의 FTA 체결은 자동차 및 부품, 전자부품, 기계분야에서의 큰 충격이 예상되는 만큼 협상 과정에서 산업간 분야별 조정의 장이 만들어져야 하며 이 과정에서 무역불균형, 투자, 서비스의 문제가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한ㆍ일 FTA는 상품무역의 관세, 비관세 장벽 철폐 뿐만 아니라 서비스 무역의 자유화, 투자확대,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경쟁정책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어서 중장기적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고, 경제적인 측면과 비경제적인 측면에 대한 협력과제를 단계별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한ㆍ일 FTA는 단기적으로는 자동차, 기계, 전자, 철강, 반도체 등 제조업 관련 대기업과 협력업체 재편, 1ㆍ2차 중소하청업체의 사업 축소와 도산 등으로 이어져 산업 전반에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기반산업 관련 중견ㆍ중소기업의 사업기반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 산업구조의 특성상 중견ㆍ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부품소재를 공급하며 내수시장에서의 독자적인 시장을 가진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견ㆍ중소기업은 FTA시대에 대비하여 기술혁신, 핵심인재의 양성은 물론 투명경영, 윤리경영 등을 통해 기업경영을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FTA는 분야에 따라서는 우리에게 불리할 수도 있지만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안정적 수출시장을 확보하고 특히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의 취약성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울러 해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상대국을 거점으로 삼아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활용할 만한 기회가 될 것이다. 정부는 국민소득 2만 달러, 3만 달러 달성을 앞당기기 위해 지금까지 수행했던 것 이상의 강한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펴야 한다. 향후 우리 경제의 질과 산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총체적인 FTA 청사진을 그린 후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고려한 FTA를 추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그 주체가 반드시 정부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기업 등 민간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며 이는 한ㆍ일 FTA와 그 이후 더욱 진전된 경제 통합을 이루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인 미국과 호주의 AUSFTA를 비롯해 주요 국가들의 FTA 참여가 확대되는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가 FTA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점은 더 이상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한국이 FTA에서 외톨이가 됨으로써 세계 시장에서 우리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아야 한다. <윤봉수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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