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묵인생 40년 되돌아본다

부드러운 곡선이 중첩되는 담청색의 먼 산들이 아침안개 속에 맑게 부상하고 있는 정경을 배경으로 거울처럼 고요하게 정지된 시골 풍광이 고즈넉하다. 단조로운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풍치의 아름다움과 향토적 정취는 거울처럼 맑고 고요한 수면밑으로 그림처럼 투영되어 한없이 신선한 분위기의 영상과 이중의 현실미를 선사한다. 제주도 남쪽 서귀포 앞바다의 범섬을 망망한 해면 위로 멀리 바라본 풍광을 낭만적으로 그린 `해풍`도 200호 크기의 대작이면서도 눈길을 쉽게 땔 수 없게 하는 해안풍경이다. 전통적 수묵필치로 그려진제주도 암석의 해변 풍치와 바다의 물빛 등이 신선함과 생동감을 준다. 처음에는 서양화를 전공하고 유화로 화단에 데뷔했다가 전통회화에 관심이 쏠리며 월전 선생으로부터 전통회화를 사사받으며 수묵화가로 활동해오고 있는 원로 여류화가 이인실(숙명여대 명예교수)씨가 자신의 수묵작업 40년을 바라보는 전시를 갖는다. 고희기념의 `수묵화 40년`의 제목으로 21일부터 11월8일까지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신작 7점을 포함, 약 30여점. 한국의 평범한 산야, 강변 풍경, 명승지 해안, 바다 풍광을 소재로 이 작가의 자연에 대한 시각과 서정적 감흥을 80년대부터 연대별 대표작이 함께 걸린다. 그의 작가적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화면들은 사실적인 실경 표현으로서의 전통적 수묵화 정신을 나타낼 뿐 아니라 자연이 지닌 서정성, 운율, 감성 등을 편안하게 보여준다. 또한 여성적인 부드러운 필의(筆意)와 따뜻하고 섬세한 감정이 표현돼있다. 평단에서는 그의 작품세계를 `이인실세계`라 한다. 수채화로서의 서양화법과 전통적 수묵담채화의 수법을 합치시킨 형태로, 그리고 전국 여러 곳을 다니며 스케치한 풍광의 표현이 밀도있게 충실히 그려졌기때문이다. 이 작가는 1965년 제14회 국전 동양화 부문 문교부장관상을 수상했는데, 그때일을 그는 "기존의 동양화 필치와 다르게 독특한 것에 크게 점수를 받았던 것 같다"면서 "서양화의 구상과 추상이 물밀듯이 들어올 때 `내가 과연 서양화의 어떤 뿌리를 갖고 앞으로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던 중 주변에서 `동양인이 동양화를 그려야지`하는 충고와 우리 산하의 색을 서양화의 화려함으로 그리기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동양화를 시작했고 바로 월전 선생님을 찾아가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의 호 소현(素玄)은 월전이 지어준것이다. 이 교수는 40년에 걸친 치밀하고 섬세한 수묵작업으로 한국의 자연미를 찬미해왔다. 그의 작품들은 객관적 외관을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연미의 계절적, 시간적 변화의 아름다움과 정취, 생명감의 본질, 정서의 깊이를 추구해왔다. 그 순수한애착 내지 애정 표현이 `이인실 세계`를 이루게한 것이다. (02)737-7650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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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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