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억만 장자` 갑부들의 저승사자는?
여전히 최고 권력을 행사하는 공산당일까, 아니면 비밀경찰일까. 그도 저도 아니면 누굴까. 바로 영국인 회계사 루퍼트 후게베트프(33)다. 중국 이름을 `후룬`으로 쓰는 그는 2000년부터 세계적인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중국의 갑부 리스트를 올리고 있는데, 리스트에 오른 경제인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던지,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당연히 갑부들은 “제발 내 이름은 빼줘”, “나는 갑부에 오를 만큼 돈이 많지 않다”면서 후룬을 찾아가 사정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포브스)에 이름이 오른 대표적인 중국 갑부중 상하이 최고 갑부 저우정이 눙카이 그룹 회장은 현재 탈세와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고, 중국 3대 갑부에 뽑혔던 양룽 후아춘 그룹 회장도 이미 탈세 혐의로 수사를 받아 재계에서 퇴장했다.
중국 언론들은 (포브스)를 재계의 `살생부`라고 명명하고 있다. 또 리스트를 작성한 후룬을 `갑부들의 저승사자`라고 부르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후룬의 인생은 중국 언론의 표현대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듯 드라마틱`했다. 후룬이 1999년 자신의 사재를 털어 중국의 부자 리스트를 만들 때 만 해도 당시 중국 언론들은 그를 `망아지` `철부지 동키호테` 등으로 부르며 배격했다. 당시만 해도 중국은 기업들의 세무 신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시절이어서 중국 언론은 “후룬의 조사는 엉터리 잡지를 짜맞추기한 보고서”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2000년 후룬이 (포브스)와 계약을 맺고 3년간 부자 리스트를 연이어 발표하자 상황은 돌변했다. 중국 언론은 지난해 후룬을 “올해의 인물”로 뽑았다. 후룬의 성공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1993년 영국 더햄 대학을 졸업한 후룬은 23살의 나이로 글로블 컨설팅 그룹인 앤더슨의 상하이 지사로 발령을 받았다. 중국 인민대학에서 1년 동안 중국어를 배웠던 그는 상하이에서 회계사로 일하며 중국 경제의 여의주라 불리던 상하이 푸동의 경제계 인물들과 교류를 쌓았다.
그리고 99년 장기 휴가를 내고 중국 대륙을 일주했다. 중국 23개 성을 여행하며 각 지역의 부호들을 차례로 만난 후론은 그해 가을 대학생 아르바이트생 2명을 고용하여 중국 잡지 100여 개를 분석한 리포트로 `50인의 중국 부자 리스트`를 최초로 발표했다.
후룬은 중국 언론들이 리스트에 혹평을 달자 당시 전 세계의 부호 리스트를 내던 (포브스)에 보고서를 보냈고, 채택된 리스트는 전 세계에 공식 발표됐다.
중국 내 투자처를 찾던 미국과 유럽의 투자자들은 세무 신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중국 재계를 후룬의 부자 리스트를 근거로 접촉하기 시작했다. 후룬에게 날개를 달아 준 것. 중국의 경제인들도 후룬이 부자 리스트를 작성할 때 미국과 유럽의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 거액의 로비를 했다는 풍문이 이 때부터 돌았다.
후룬은 현재 2003년 중국 부호 리스트를 새로 작성중이다. 특히 후룬의 부자 리스트를 중국 당국이 세무 조사 리스트로 사용한다는 풍문이 퍼지면서 올 10월 발표 예정인 그의 리스트는 벌써부터 중국 언론들의 뜨거운 관심 대상이다.
후룬은 “그동안 중국 부자 리스트에 빠졌던 숨은 갑부들을 이번 리스트에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년 후룬이 꼽은 중국 1위 갑부는 홍콩의 부동산 재벌 래리 롱 즈지엔(60)이다.
<남태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