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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전임자 3년 유예 가닥] "남을이유 없다" 强手 빼들어
■ 현대·기아차그룹 "경총 탈퇴"노동계 이슈 '불협화음' 노출
박태준기자 june@sed.co.kr
현대ㆍ기아차그룹이 '경총 탈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 두가지 노동계 이슈에 대해 다른 대기업 및 이를 주로 대변해온 경총과의 '불협화음'이 불거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현대ㆍ기아차는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대립적 노사관계 청산의 '기회'로 여겨왔다. 반면 경총은 "복수노조 허용 금지"를 주장하는 삼성 등과 같은 견해를 보인데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해서도 단계적 시행을 제시함으로써 현대ㆍ기아차측과 충돌하게 된 것이다.
현대ㆍ기아차그룹에 있어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무엇보다 시행돼야 할 현안으로 꼽힌다. 단일 사업장 기준 국내 최대 조합원을 거느린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 소속 전임자는 상급단체 파견을 포함해 모두 217명, 기아차는 144명에 달한다. 현대차가 지난해 이들에게 지급한 임금 총액만 137억원, 기아차는 87억원이다.
반면 노조가 조합원들의 회비를 통해 마련한 조합비는 50억~6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조합비는 파업이나 파면된 조합원의 활동비 등으로 쓰이고 있다.
이렇게 기형적으로 노조 전임자 수가 늘고 수백억원의 전임자 임금을 회사 측이 부담하는 구조 속에서 현대ㆍ기아차 노조는 '조합원의 이익'만을 앞세웠고 결국 사측과의 갈등만이 되풀이됐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 전임자 수와 임원 수가 비슷한 상황"이라며 "전임자 임금지급이 금지돼야 전임자가 줄면서 새로운 노사관계를 모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복수노조에 대해서도 현대ㆍ기아차의 입장은 다른 대기업들과 다르다.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단일노조의 막강한 협상력이 직능별ㆍ직무별 노조로 분산된다. 실리주의 노조의 설립으로 보다 유연한 노사관계 구축까지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ㆍ기아차그룹의 이 같은 입장은 삼성ㆍSK 등 다른 대기업들의 견해와는 배치된다. 이들 그룹의 경우 노조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강성 노조가 아니다. 협조적인 노사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될 경우 강성노조가 설립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대해 경총이 이들의 입장을 반영, "복수노조 허용금지"를 고수하자 현대ㆍ기아차그룹과의 갈등이 깊어진 것이다.
또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도 현대ㆍ기아차그룹을 자극했다. 경총은 지난달 말까지 열린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관련해 내년부터 전면 금지를 주장하다가 한국노총의 대국민선언 이후 4자회의에서 "조합원 5,000명 이하 사업장은 이를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
현대ㆍ기아차는 이날 "경총이 주장하는 대로 종업원 1만명 이상 또는 5,000명 이상 사업장만 먼저 시행한다면 각각 11개사, 41개사만 해당된다"며 "이들 사업장만 타깃이 돼 노사관계가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강력히 반박했다. 현대ㆍ기아차 등 주력 사업장의 전임자 임금지급은 금지되고 하부사업은 계속 허용될 경우 그 역작용이 현대ㆍ기아차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현대ㆍ기아차의 강수에도 불구하고 경총의 입장은 물론 노동계 현안에 대한 논의의 큰 틀이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현대ㆍ기아차의 공식적인 의사를 아직 전달 받지 못해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은 어렵다"며 "다만 기업 간의 이해가 조금씩 다른 복수노조허용 및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에 대해 경총은 재계의 견해를 최대한 수렴해 협상에 나섰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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