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채권시장 풍향계] 국고채 3년물 3.6%대 공방 이어갈 듯


박성진 삼성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 지난해 11월 이후 한 달 걸러 기준금리를 인상해 오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지난주에는 금리인상을 건너뛰었다. 격월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패턴이 고착되는 것을 경계하고 우리 경제 성장의 질이 나빠지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한국은행에서 딱히 금리 동결을 사전에 암시한 바는 없었으나 채권시장은 이를 예지한 듯 최근 강세를 이어가며 국고채 3년은 3.66%까지, 국고채 5년물은 4.01%까지 하락했다. 막상 기준금리를 동결한 13일 금통위 당일은 0.01%포인트 하락에 그쳤으니 금리동결은 상당부분 선반영된 셈이다. 3% 기준금리에 3.6%대 국고채 3년물 금리. 여전히 기준금리 정상화의 대전제를 안고 있는 채권시장에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리 수준이다. 우리 속담에 ‘욕하면서도 배운다’라는 말처럼 지금 채권시장은 이해가 잘 안가는 금리를 두고 투덜거리면서도 돈 둘 데가 없어 채권을 사야 하는 국면이다. 인정하기 힘들겠으나 이처럼 시장참가자들에게 인내를 요구하는 시간은 짧고 간단하게 마무리되기 어려운 법이다. 지금부터는 비록 한번만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직격탄을 얻어맞는 국면이지만 시장이 미련하여 ‘총구 앞에 서있는’ 것은 아닐 터이다. 지난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는 작년 4ㆍ4분기 대비 1.4% 증가했지만 실질총소득(GDI)은 마이너스(-) 0.6%를 기록한 만큼 소비의 실탄은 줄어 들고 있다. 전반적으로 미국ㆍ중국의 경제지표는 양호하지만 최근 원유 등 상품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예단은 어렵지만 현재 세계 경기의 잠재력이 지금의 상품가격을 유지시키기에 역부족이라는 증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2004년 이후 금융자본이 상품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다음부터 상품가격은 실수요와 공급보다는 거품→실물경제 발목잡기→실물경제 둔화→거품붕괴→투기자본 재유입의 순환으로 변질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 성장이 발목을 잡혀 상품가격과 경기가 동반 하락하는 것이 가시화되지 않으면 총구 앞에 바짝 다가서있는 채권시장에게 더 나아갈 공간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당장 뒤로 물러서기 위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닐 것이므로 마지노선에서의 지루한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그리고 그 마지노선이란 국고채 3년물 기준 3.6~3.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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