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과 민주ㆍ공화당의 '재정절벽(정부 지출의 갑작스런 중단이나 급감에 따른 경제 충격)' 협상 전망이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스캔들이 재정절벽 협상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로 비관적인 시각이 있는 반면 공화당이 협상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인 부유층 세금인상을 결국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미 공화당 내에서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해 '부자증세'를 받아들이자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대선에서 공화당이 패하며 민심을 확인한데다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 같은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공화당 내 영향력이 큰 글렌 허바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은 13일 영국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미국이 재정절벽을 피하려면 공화당이 재정절벽 협상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기본적 입장인 부자증세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첫번째 단계는 상위 소득계층의 평균 세율을 올리는 것"이라며 "세수증대는 이런 계층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 경제에서 정부 지출 비중이 4%까지 높아진 상태에서 재정절벽으로 정부 지출이 갑자기 줄어든다면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허바드는 이번 미 대선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경제자문을 맡았고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대표적인 공화당 경제 브레인이다.
이에 앞서 보수성향의 주간지 위클리스탠더드의 윌리엄 크리스톨 편집장도 최근 폭스뉴스에 출연, 재정절벽과 관련해 부자들이 자기모순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며 부자증세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절벽 협상의 키를 쥐고 있는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세수증대 수단을 구체적으로 내놓지는 않았지만 '세금수입 확대'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