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거래대금이 2년 반 만에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국내 증시에 돈 가뭄이 심각해지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4조706억원으로 지난 2010년 2월(4조472억원)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6조8,482억원)과 비교하면 거래대금이 40% 이상 감소한 셈이다. 지난달 28일에는 하루 거래대금이 3조1,955억원으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고객예탁금도 올 초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고객예탁금은 17조30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월 고객예탁금이 평균 20조원 안팎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3조원 가량 줄어든 셈이다.
증시에서 빠져 나온 자금은 단기 투자처로 옮겨 다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잔액은 올초 60조원 안팎에서 지난달 28일에는 10조원 이상 늘어난 기준으로 71조1,426억원까지 불어났다.
코덱스(KODEX)단기채권, 코세프(KOSEF)단기자금 등 국고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도 자금이 몰리고 이다. KOSEF단기자금은 올초 하루평균 11만주 안팎의 거래에 그쳤지만 지난달 28일 12만7,700여주가 거래되며 거래량이 크게 늘고 있다. KOSEF단기자금은 잔존만기 3~10개월 이내 국고채와 통화안정채, 금융채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전문가들은 유로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의 2ㆍ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까지 가세하면서 증시 돈 가뭄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기업실적을 추정할 수 있는 12월 결산법인 106곳의 영업이익은 30조2,323억원으로 추정됐다. 지난 5월말에 전망했던 2ㆍ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31조774억원)에 비해 2.72%가량 감소했다. 특히 SK하이닉스, S-Oil, 현대상선, SK이노베이션 등은 한달 새 영업이익 전망치가 10% 이상 낮아지는 등 정유와 IT업종의 수익성 전망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유럽, 중국 등 외부변수들이 불확실한 데다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낮아지고 있어 주식을 사고 팔기에 애매한 시점”이라며 “중국에서 8~9월께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이 집행될 것으로 예측되는 데 중국발 모멘텀이 발생하기 전까지 증시 거래위축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의 돈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증권사들의 수익성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대우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주요 8개증권사의 2ㆍ4분기(3월 결산법인의 경우 1ㆍ4분기) 합산 순이익 전망치가 기존 예상보다 57.5% 가량 줄어들 것으로 평가했다. 조성경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이 지난 1ㆍ4분기에 비해 25.8% 줄었고 펀드 등 금융상품의 판매도 부진해 수익성 악화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