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11월 30일] 사람 중심의 디자인 서울거리

도시에서 우리의 신체와 직접적인 접촉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곳이 바로 보행로이다. 차를 타기 위해, 식사를 하기 위해, 일을 하러 가기 위해, 사람을 만나러 가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보행로에서 보내게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행로를 아름답게 디자인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다. 사람보다는 차량 통행이 우선이었던 개발시대 논리에 밀려 보행로가 차도의 부속공간으로 취급되고 있었던 것이다. 보행로를 걷다 보면 보도블록에 간혹 발이 걸리기도 하고 보도블록이 흔들리기도 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구두굽이 걸려 당혹스러워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기업 제품과 비교한다면 이 같은 보행로는 명백한 불량품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 불량품에 익숙해져 있다. 백화점에서 돈을 주고 제품을 구입했을 때 비록 사용상 큰 문제가 되지 않아도 작은 흠집이 발견되면 우리는 반품을 요구하고 기업들은 반품을 해준다. 이 같은 소비자중심의 시스템이 우리 기업과 제품들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원동력이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보행공간의 불량품을 개선해 시민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보행로를 디자인해야 한다. 서울을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편리한 보행로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를 고민한 결과 국내에서 구입하기 쉽고 반영구적인 수명을 가진 화강석을 보행로로 사용하게 됐다. 또 기존에 문제가 됐던 울퉁불퉁한 보행로의 평활도 유지를 위해 화강석 아래 콘크리트를 채워 보행로의 평활도를 반영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화강석으로 포장되는 구간에 4분의1 정도의 공간을 할애해 띠녹지를 조성하고 띠녹지 방향으로 완만한 경사를 둬 빗물이 모두 띠녹지로 흘러가도록 했다. 선진국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50년, 1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보행로를 만들어가고 있다. 기존 블록시공보다 비용이 2배가량 더 비싸고 작업하기도, 보수도 어렵지만 수명은 반영구적이기 때문에 더 효율적이다. 디자인 서울거리는 우리 사회에 보행자가 차량보다 더 중요하고 보행로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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