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굴뚝산업 인력난 존립기반 마저 위협

조선ㆍ기계ㆍ철강ㆍ섬유등 3D직종 기피 갈수록 심화외국인연수생 우선배정등 '인력유인' 제도적 지원 절실 조선ㆍ기계ㆍ철강ㆍ섬유ㆍ건설ㆍ해운 등 국내 산업의 기반을 이루는 주요 산업의 현장인력 노쇠화는 두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최근 정보기술(IT)ㆍ생명과학(BT) 등 새로운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젊은 이들이 전통산업 부문에서 일하려 하지 않는 것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둘째는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보수적 경영방침을 유지하느라 신규인력을 제때 채용하지 못한 때문이다. ◇젊은 층이 외면하는 전통산업 현대중공업은 기업의 이미지를 가능한 안락하고 안전한 점을 부각시키는데 홍보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현장근로자'라는 이미지가 자칫 힘들고 위험한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현장에서 작업복을 입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산업역군의 전형으로 치켜세워졌지만 요즘은 3D 업종의 모습으로만 비쳐진다"며 "젊은이들이 땀흘리는 일은 무조건 싫어하는 경향이 강해 현장 모습이 외부에 비춰지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실제 올해 신입사원 공채에서 사무직의 경우 200명을 선발하는데 1만3,000여명이 지원해 6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반면 생산직에는 400여명 선발에 4,000명이 지원, 10대 1 수준에 머물렀다. 현장인력에 대해 국내 최고의 복지ㆍ급여를 유지하는 현대중공업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조선소내 하도급 업체들은 일하기 위해 찾아오는 젊은이가 없어 만성적인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조선공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9개 주요 조선사의 하도급업체들이 매년 필요한 인력은 6,000여명이지만 실제 확보한 인력은 3,000명 수준에 불과하다"며 "작업량의 절반 정도를 맡고 있는 하도급 업체의 인력난은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섬유업계는 생산현장의 인력부족률이 11.2%로 조업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으며, 건설현장에서 숙련기술자들의 노령화가 심각한데다 인력부족으로 노임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형편이다. ◇제도적 지원 없인 전통산업 고사 섬유업계는 젊은 층의 지원기피로 산업 자체의 존립이 불가능하다며 정부에 외국인 연수생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나섰다. 섬유업계는 3만명의 연수생을 따로 배정해주고 섬유산업연합회가 업체 배정 및 관리업무를 맡도록 해줄 것을 건의했다. 또 연수기간을 최초 1년에서 2년으로 늘려주고 만기가 종료되는 연수생의 경우 회사와의 합의를 통해 연장근무가 가능하도록 조치해 줄 것도 요구했다. 조선업계도 인력난이 시급한 하도급 업체에 대해 우선적으로 외국인 연수생을 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다른 업종에 비해 급여수준이 나은데도 불구 젊은이들의 기피현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 외국인 연수생을 배정받지 못하면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의 정책이 현장인력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와 거꾸로 움직이는 사례는 해운업계가 대표적이다. 해운업계는 지난 9월 국방부가 2005년부터 해기사에 대해 산업기능요원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히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가뜩이나 인력부족으로 고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운업의 핵심인력인 해기사 등 선상근무자에 대한 병역특례가 사라지면 젊은 층의 해상근무 기피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해양계 학교를 졸업하는 인원은 올해 1,260여명으로 이들 가운데 1,020명이 산업기능요원 대상자가 되지만, 이 제도가 폐지될 경우 선상근무를 지원하는 인력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젊은이들이 쉬운 일만 찾아가고 있어 전통산업이 국내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해외이전을 막기 위해서라도 젊은이들을 현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정책을 과감하게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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