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새로운 투자문화의 개막

윤태순 <자산운용협회 회장>

최근 우리 주식시장이 약 10년 만에 1060포인트를 넘어섰다. 지난 10년간 주식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부침(浮沈)이 있었으며 또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의 눈물과 한숨이 있었는지를 생각해보면 감회가 새롭다. 국제유가 급등 등 국내외 경제환경이 어렵기는 하지만 이번 주가상승은 과거의 1000포인트와는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 대상이 되는 우리 기업들의 체질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직접·단기에서 간접·장기로 경제는 어렵지만 지난해에도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58조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미국(16%)과 비슷한 수준(15%)까지 높아졌다고 한다. 투자주체로 볼 때 가장 커다란 변화는 주식형 펀드라는 간접투자를 통해 주식에 대한 중장기투자문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을 60% 이상 편입할 수 있는 순수주식형 펀드는 지난 수년간 10조원 이하에 정체돼 있었으나 올들어 13조원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만큼 기관투자가로서 운용사들이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힘이 강화된 것이다. 주식형 펀드의 외형적 증가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 유입되는 자금의 상당부분이 소액투자자들이 월평균 10만~30만원씩 불입하는 적립식 투자자금이라는 점이다. 적립식 투자는 대부분 평균 3년에서 5년 정도를 투자기간으로 잡는다. 길어야 1년 정도를 투자기간으로 잡고 주가가 높아지면 일시에 환매에 나서던 예전의 투자패턴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간 국내 주식시장은 데이트레이딩(daytrading)으로 대표되는 단기투자가 지배하고 외국인투자자의 매매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던 천수답 시장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도 단기적인 수익률 평가 때문에 주식을 장기 보유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도 있었다. 주식형 펀드가 주목받기까지 우리 자산운용사들의 노력도 적지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대우채 사태, 카드채 사태 및 코스닥 붐 붕괴 등을 거치면서 운용사들은 운용의 투명성과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 여러 운용사들이 3년, 4년 이상 된 장기주식형 펀드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면서 장기펀드에 대한 신뢰가 생겨나고 있다.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와 저출산도 국민 개개인이 생애설계 차원의 장기적 투자를 준비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을 20~64세 인구로 나눈 노인부양비율이 지난 2000년 20.6%에서 오는 2050년에는 70%에 육박해 연금확대 등으로 2050년에는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7.7%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연금지급에만 의존할 수 없으며 개개인이 노후대비를 위한 투자를 준비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남은 과제는 투명한 펀드 운용 최근 주가지수가 급등하면서 주식형 펀드의 증가세가 주춤해지고는 있다. 그럼에도 우리 자본시장에서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단기투자에서 장기투자로’의 변화가 반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저금리가 지속되고 올해 말 퇴직연금제도가 시행되면 장기투자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제 우리 펀드산업에 주어진 과제는 모처럼 다시 찾은 투자자의 신뢰와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최선을 다해 투명하게 펀드를 운용하고 리스크 관리에 힘쓰는 것이다. 투자자의 신뢰에 대해 좋은 수익률과 성과로 돌려주는 것만이 우리 산업과 펀드시장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임을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