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배추값의 진실

[기자의 눈] 배추값의 진실 김현수기자 hskim@sed.co.kr “그라믄 3,000원은 어디로 갔능교.” 배추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한 포기에 3,500원을 넘었다는 기사를 보고 전화를 걸어온 경북 영주 농민의 첫마디다. 지난해 배추밭을 갈아엎었던 아픈 상처로 인해 지난 여름 한 포기 500원에 밭떼기로 팔아넘긴 자신이 한없이 원망스러웠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롯데마트 서울역점. 470원짜리 배추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주부들도 이 같은 배추 값이 이해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하늘에서 배추가 떨어진 것도 아닌데 전날까지만 해도 3,500원을 넘던 배추를 8분의1 가격에 판다니…. 매년 반복되는 배추 값 논란과 대형 마트들의 파격 할인판매. 좋게 보면 대형 마트가 소비자를 위해 금(金)추를 싸게 공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그 진실이 달라진다. 대형 마트가 파격적인 가격에 배추를 팔 수 있는 것은 산지와 사전계약재배를 통해 일정 물량을 확보했기 때문. 판매가격은 산지에서 미리 확보한 원가 수준이다. 여기에 우리 유통의 고질적 병폐인 고비용구조가 그대로 숨어 있다. 원가가 470원인데 판매가가 3,500원이라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형구조다. 한마디로 겹겹이 붙는 배추 값의 유통 마진이 어느 정도인지를 대형 마트 스스로 보여준 셈이다. 더욱이 대형 마트들이 많은 물량을 사전계약했다면 마진을 붙이더라도 현 시세보다 훨씬 싸게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을 텐데 왜 점포당 1,000포기로 한정했을까. 이는 배추 값 파격세일과 사전계약재배는 단순히 ‘미끼상품’ 차원에서 준비하는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예측하기 어려운 배추 작황을 리스크로 떠안고 공급물량을 사전계약하느니 도매상과 중간도매상을 거쳐 대형 마트에 들어오는 배추에 일정한 마진을 붙여 파는 게 더 안정적인 이익을 내기도 좋다. 3,500원이든 4,000원이든 대형 마트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셈이다. 대형 마트들은 최근 산지직매입 등을 확대해 농산물의 품질과 가격을 개선하겠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이런 직매입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이벤트일 뿐 근본적인 유통구조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 단순 홍보용이 아니라 실제로 유통구조 개선에 나선다면 배추의 산지직배입 가격을 올려주면서 3,000원이라는 유통비용은 대폭 줄여 농민도 웃고 소비자도 좋은 유통구조를 만들 수 있다. 입력시간 : 2007/11/2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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