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의 생사를 좌우할 자구계획 제출이 14일로 마감됐다. 저축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기준으로 할 때 부실 상태에 빠져 있지 않더라도 보다 우량한 몸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내용들을 자구안에 포함시켰다. 서울경제신문이 각 저축은행별 자구 계획을 파악한 결과 저축은행들의 자구안은 ▦계열사 매각 ▦부동산ㆍ유가증권 등 자산 매각 ▦유상증자 등 3각축으로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 당국은 여기에 자구노력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저축은행 대주주에 사재 출연 등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경영진단을 시작할 때부터 85개 모든 저축은행에 부실 여부와 관계 없이 자구계획을 내라고 했다. 이번 기회에 저축은행의 건전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도다. ◇계열사ㆍ부동산ㆍ증자 등 3각축으로 진행=저축은행의 자구계획을 들여다보면 크게 계열사와 부동산ㆍ증자 등 3각축으로 경영정상화를 진행하겠다는 게 골자다.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대형 저축은행들의 경우 이들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증자자금으로 쓸 계획이다. 감독 당국은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이상인 곳들도 재무제표를 최대한 클린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주요 대형사들은 모두 계열사 매각을 정상화 계획에 포함시켰다. 계열사 매각 의사를 밝힌 제일과 솔로몬저축은행은 물론이고 토마토 등 일부 대형사들도 계열사를 떼어 내 팔 예정이다. 자산 매각도 대부분의 저축은행이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감독 당국은 경영진단 때 저축은행이 보유한 건물은 자산을 평가할 때 공시가격으로 빌딩가격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빌딩의 경우 공시가격과 시세의 차이가 커 대부분의 저축은행들은 지점이 들어가 있는 건물이나 사옥 등을 매각했다. 실제 미래ㆍ토마토 등 주요 저축은행은 이런 방식으로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저축은행은 보유 골프회원권을 모두 매각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당국은 여기에 저축은행 본업과 관계가 없는 부수 업무들을 대거 정리하도록 요구했고 이에 따라 대부분 저축은행들이 문화사업 등을 정리했다. 증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자본잠식 상태로 알려진 신민저축은행은 대주주가 증자자금 120억원을 예치했다. 예정대로 오는 27일 증자가 이뤄지면 신민의 BIS 비율은 6.39%로 상승한다. 구조조정 대상에서 벗어나는 셈이다. 자본잠식이 93%까지 이뤄졌던 서울저축은행도 지난 8일 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미래2저축은행도 7일 1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쳤고 한국저축은행도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준비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의 관계자는 "경영진단 결과 주요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등 자산매각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부실사는 물론이고 정상 업체들도 건전성을 높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경영진단 결과 다음주 나온다=감독 당국은 저축은행 살생부를 다음주에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국정감사 일정 등으로 이달 말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시장 혼란 등을 감안해 공개시점이 앞당겨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다음주 말께 당국이 경영진단 결과를 내놓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발표 내용에 따라 저축은행에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주중에 명단을 공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감독 당국의 관계자는 "조만간 저축은행 경영평가위원회를 열 계획"이라며 "이번주는 시간상 너무 촉박하고 마지막 주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의 또 다른 관계자도 "예상보다 발표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며 "마지막 주 전에 나오게 된다"고 전했다. 7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경평위는 부실 저축은행으로부터 경영정상화 계획을 넘겨 받아 이를 심사한다. 경평위에서 정상화 계획을 승인 받으면 BIS 비율이 1% 미만이거나 자본잠식 상태여도 영업정지를 당하지 않게 된다. 저축은행의 생사여탈권을 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