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매매를 둘러싼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중고차 관련 사업자와 소비자가 신뢰 속에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시급히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중고차 딜러시스템 부실로 소비자들이 중고차를 믿고 살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고차 매매상사는 총 4,524개이며 모두 영세하다. 이들은 평균 6~8명의 딜러를 두고 일하는데 이들은 모두 '직원'이 아닌 '종사원'이다. 4대 보험도, 고용 책임도 없다.
5일 중고차 업계의 한 전문가는 "거래 구조가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를 불신의 늪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윈-윈 솔루션은 시스템을 손보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영세 딜러들은 자금력이 취약하다. 매매상사 자금이 아닌 개인 돈으로 중고차를 매입한 뒤 이를 매수자에게 팔고 주차료ㆍ임대료 명목으로 매매상사에 수수료를 낸다. 진단ㆍ보증 등 주요 업무도 모두 스스로 처리한다. 매입 자금이 부족하거나 없을 때는 매매상사나 사금융 업체로부터 돈을 빌리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 딜러들은 장기적인 신뢰를 쌓아 고객을 늘리는 대신 차량 한대 한대를 '최대한 싸게 사서 최대한 비싸게 파는' 단기 전략을 택하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러다 보니 중고차 딜러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고 중고차 매매단지는 어느새 혐오시설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고차 매매상사ㆍ소비자가 윈-윈할 수 있으려면 일정한 규모 이상 기업의 사업 참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거래 과정 중 소비자 불신이 발생하는 구간에 대기업이 개입해 '책임'이라는 역할을 담당해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거래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대기업의 활발한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대기업의 자금력을 기반으로 중고차 딜러들은 개인 자금을 써가며 일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대기업이 참여해 시장이 투명해지면 자연히 시장 규모가 커진다"며 "이는 소형 매매상과 딜러들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이 일반적이다. 미국의 경우 전체 매매업체 5만5,417개(2010년 기준) 중 대기업이 1만7,700개다. 거래 대수 비중은 소형 매매상과 대기업이 비슷한 수준(35%)이다. 일본은 완성차 회사들의 중고차 부문, 중고차 매입 전문 기업 '걸리버', 경매 그룹 'USS', 온라인 '야후! 옥션' 등 대기업이 개입된 거래가 시장의 주류다.
국내 기업 중에는 SK그룹 계열 SK엔카가 온ㆍ오프라인에 걸쳐 중고차 매매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판매 대수는 4만2,741대로 전체 시장 규모인 326만대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글로비스도 경기도 분당과 시흥에서 경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나 큰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