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에너지 절약에도 투자가 필요하다"

"에너지 절약에도 투자가 필요하다"金弘經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에너지 절약은 거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도 투자가 필요합니다.』 김홍경(金弘經)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은 『구호와 호소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에너지 절약과 효율적 사용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고유가 충격을 극복하고 환경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가격을 현실화해 인상분을 에너지절약형 시설에 투자하는 정책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는 가격기능과 정부의 투자증대라는 두 가지 수단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金이사장은 『에너지기기의 효율성을 높이는 투자는 길게 잡아 5년이면 회수할 수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자금지원만 이뤄진다면 앞으로 10년 안에 전국의 산업현장과 가정에서 고효율 에너지 기기 보급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유가 충격으로 에너지 절약이 국가적 과제로 부상했다. 김홍경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을 만나 에너지 절약의 현주소와 대책·정책과제 등을 들어봤다. -에너지절약 운동을 지난 수십년 동안 벌여왔는데도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에너지절약시책이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구호와 켐패인, 국민의 애국심과 절약정신에 호소해서 에너지 절약을 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캠페인 방식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국민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에너지 절약시책을 바꾸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투자가 필요합니다. 가정에서 전등 하나를 바꾸더라도 투자를 해야 합니다. 이러한 투자에 수반되는 자금부담을 정부가 덜어주고 사후적으로 회수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합니다. -에너지절약 투자를 활성화시키려면 유인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정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은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사업 등을 통해 에너지 절약을 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으나 본격적인 유인책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기업에 대한 투자 유인이 시급합니다. 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의 55% 이상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에너지절약시설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기업의 생산원가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3%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강력한 유인책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저리 또는 무이자로 지원하는 것입니다. 기업은 자금을 싸게 빌려 절약시설에 투자한 다음 에너지 절약으로 얻게 되는 이익을 상환자금으로 사용하면 큰 부담없이 절약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기업으로서는 추가부담을 지지 않고 국민경제적으로는 에너지수입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에너지 사용을 10%만 줄여도 연간 30억달러의 외화가 절약됩니다. -그렇다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은데요. ▲에너지가격을 현실화해 그 인상분을 에너지절약 투자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에너지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줄게 될 뿐 아니라 가격인상에서 얻어지는 수입을 절약시설에 투자하면 효율을 높이게 돼 국가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개인이나 기업은 추가비용을 부담할 필요없이 에너지를 활용하고 국가 전체적으로는 절약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20년 동안 절약을 강조해왔지만 투자없이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에너지가격 인상에 대한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에너지가격을 놓고 여러가지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에어컨을 한 시간 돌리는 데 들어가는 전기료는 270원에 불과합니다. 반면 핸드폰 3분 통화료는 370원입니다. 에너지 가격이 이 정도 싸니 누구도 절약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생각은 있어도 절약이 안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가격부담 없이 절약을 유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게 에너지를 공급하면 과소비로 이어지고 결국 그 부담은 국민들에게 돌아갑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에너지가격은 낮은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전체가구 중 전기료를 월 1만5,000원 이상 내는 가구는 30%도 안됩니다. 한달 전기요금이 커피 3~5잔 값에 불과합니다. 많게는 40여종의 가전제품을 사용하면서 이렇게 경제적 부담이 적다면 절약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전기는 원료의 97% 이상을 수입해서 만들어내는 최고급 에너지입니다. -산업현장의 에너지절약 방안으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모든 에너지는 기기를 통해 전달됩니다. 보일러·전동기 등의 기기효율이 높으면 에너지는 자동적으로 절약됩니다. 기기를 바꾸는 데 투자자 필요한 것입니다. 기기를 교체하거나 보완하는 초기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되 그 재원은 에너지가격 현실화를 통해 충당하자는 것입니다. 경제활동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에너지는 꼭 필요합니다. 다만 쓰되 효율적으로 쓰자는 것이 절약이고 여기에는 투자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지나치게 에너지절약에 매달리다 보면 다른 기업활동에 지장을 줄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자(CEO)의 마인드입니다. 연간 에너지 비용이 950억원인 기업이 있는데 올초 새로 부임한 최고경영자는 에너지절약을 중요 경영전략으로 삼아 에너지절약을 추진한 결과 연 110억원을 절약한 경우도 있습니다. 동일업종 내 수위를 달리고 있는 그 회사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또 고효율기기 시설에 10억원을 투자해 당장 15억원을 절약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고경영자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보고가 안된 것입니다. 고효율 기기에 대한 투자는 길게 잡아 5년 정도면 투자액 이상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고효율기기 제조업체의 연구개발 및 보급을 적극 지원한다면 앞으로 10년 안에 전국의 산업현장과 가정에 고효율·에너지 저사용 기기를 보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마다 에너지관리를 전담하는 부서와 인원이 있는데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 목록을 작성해 에너지사용 진단활동을 벌이고 절약을 적극 유도해나가고 있습니다. 업종별 에너지 관리자 모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인단체협회와 협력해 에너지절약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반 가정의 경우 어떤 절약시책을 추진하고 있습니까. ▲형광등을 고효율기기로 교체하는 것도 투자입니다. 올초에 아파트 지하주차장 형광등 교체를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부녀회를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세입자들은 투자를 기피해 쉽지 않았지만 전국 시도에 한군데씩 시범투자를 했습니다. 이 사업이 효과를 거뒤 지금은 몇몇 아파트단지에서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 투자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ESCO사업입니다. 이 사업은 초기사업비를 사업자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부담합니다. 사용자의 부담은 전혀 없습니다. 고효율기기로 교체한 후에는 에너지가 적게 들어 요금이 싸집니다. 절약분은 사업자 몫입니다. 투자비가 회수되고 나면 절약분이 고스란히 주민이나 아파트 등 사용자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고유가시대에 에너지절약은 국가적 과제입니다. 에너지관리공단의 기능과 역할도 커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고유가로 인한 긴장이 에너지 낭비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켜 절약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제도화하고 오랫동안 지속시킬 것이냐는 겁니다. 에너지의 합리적 이용과 절약시책을 주업무로 하는 공단은 절약의지와 제도의 결합을 통해 에너지 절약성과를 높여나갈 계획입니다. 환경과 에너지에 관한 한 어느 정도의 규제도 불가피하고 봅니다. 에너지사용의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한 정책건의 활동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주요 국가에서는 대체에너지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우리의 경우 관심이 너무 적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대체에너지 개발은 중요한 과제이지만, 첫째 기술이 부족하고, 둘째 풍력·태양열 등 자연조건의 효율도 떨어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대체에너지 개발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뉴질랜드는 전체 에너지의 14%를 대체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려면 정부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은 대체에너지 시설에서 생산된 전기에 대해서는 세금을 감면해줄 뿐 아니라 정부에서 고가로 매입해줍니다. 대담 朴時龍 부국장 겸 정경부장 권홍우기자HONGW@SED.CO.KR 입력시간 2000/09/24 17:37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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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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