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불사로 상징되는 대형 금융회사의 방만한 경영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흉측한 몰골을 잉태했다. 각국은 이 같은 위기가 재발돼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갖게 됐고 이에 대한 반성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였다. 때문에 서울 정상회의에서 12일 최종 합의된 금융규제 개혁 방안은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킨 근본 원인에 대한 해법을 찾았다는 측면에서 큰 성과 중 하나임과 동시에 2년 전 G20의 창설 취지를 달성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G20이 결코 공허한 말잔치가 아닌 강력한 구속력을 지닌 최상위 경제협력체임을 이번에 마무리된 금융규제 개혁안이 증명한 것이다. 이번에 마무리된 금융규제 개혁은 은행 전반에 적용되는 자본 및 유동성 규제 마련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미 10월 서울에서 열린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총회에서 규제안이 통과됐고 경주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이에 대한 지지를 받았던 만큼 이날 정상회의에서는 안건으로 올려지자마자 별다른 이견 없이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핵심은 이른바 '바젤3'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 새 자본규제 기준이다. 보통주 자본비율을 4.5% 이상으로, '티어(Tier 1)' 비율을 6% 이상으로 올리는 데 20개국 정상들이 지지를 보냈다. BIS 자본과 별도로 2.5%의 보통주 자본을 추가하기로 하고 오는 2016년부터는 완충자본을 확보함으로써 금융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을 마련했다. 대형 은행, 이른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SIFI)에 대한 규제감독 강화체계도 마련됐다. 손실흡수능력 향상, 정리체계 마련, 감독강화, 핵심 인프라 구축 등이 해당된다. 정상들은 공동감시단을 통해 G-SIFI에 대한 리스크 평가를 실시하고 위기관리그룹을 통해 기관별 위기대응 공조협정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ㆍJP모건ㆍ모건스탠리ㆍ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등 미국계 투자은행들과 함께 HSBCㆍ바클레이스ㆍUBSㆍ크레디트스위스ㆍBNP파리바 등 강력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SIFI들이 주요 규제 대상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에 대해서는 일반은행에 적용되는 자본규제 외에 추가자본을 부과하거나 부실화 시점에 금융 당국 재량으로 보통주로 전환하도록 하는 조건부 자본, 채권자의 채권을 자본으로 전환하는 베일인(bail-in) 부채 도입 등이 요구됐다. 그러나 이 같은 SIFI 규제안이 본격적으로 효력을 발휘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SIFI에 대한 정책체계와 규제 이행 일정이 마련됐지만 2019년에나 규제가 본격적으로 발효되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과 로비력을 갖고 있는 SIFI들이 추가규제 도입에 과연 순순히 응할지도 의문이고 금융안정위원회(FSB), BCBS의 향후 작업이 예정대로 진행될지도 불투명하다. 이 외에도 거시건전성, 신흥국 관점의 규제개혁, 유사은행 규제, 금융소비자 보호 등 새로운 이슈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범위를 설정하고 FSB, IMF와 같은 국제기구에 임무를 부여하는 방안도 합의됐다. 외부신용평가에 대한 의존도 축소 방안은 내년 말을 시한으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국제적 신용평가사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심화시킨 요인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이제까지 자본ㆍ유동성 규제안을 마련하기에도 바빠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 주요 의제가 되지 못했다. 대형 금융사나 헤지펀드 등 개별 금융기관 규제와 신흥국 금융 애로 해소를 위한 해법 도출도 내년으로 넘겨졌다. 이들 의제는 FSBㆍBCBS의 협의를 거쳐 내년 하반기 프랑스 G20 정상회의에서 결실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