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임금체불사회 탈출구는 없나] '체임 사법경찰' 근로감독관 늘리고 전문성 높여야

<3> 해결 방안은<br>근로감독관 1인당 하루 2건이상 담당, 체임사건 특성상 사실상 처리 불가능<br>일각선 "지원 자금 기금화해야" 제기<br>환노위에 관련 법안 38건 계류 중, 여야 입장차 커 처리 될는지 미지수

체임 해소를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이 조속히 시행돼야 하지만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경제DB


줄지 않는 체불임금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의 다양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지만 체임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체임은 취약계층 사회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안인 만큼 경기 탓만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노동 전문가들은 체임 해소의 중책을 맡고 있는 근로감독관 수부터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근로감독관 수부터 늘려야=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각 지방노동청에 근무하고 있는 근로감독관은 930여명이다. 이들이 1년에 처리하는 체임 진정 건은 30만건에 이르며 1인당 한 달에 50건을 맡아 처리하고 있다. 휴일을 제외하면 하루에 2건 이상의 진정 건을 처리하는 셈이다. 하지만 체임사건의 특성상 하루에 이 정도 사건을 처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고용부는 설명한다. 따라서 기본적인 논의는 감독관의 과중한 업무를 줄이는 차원에서 감독관 숫자를 늘리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 고용부도 현재의 근로감독관 제도를 보완하되 감독관 수를 늘려 업무 부담을 덜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에 동의한다. 현재의 업무 부담으로는 사법경찰권을 행사하는 감독관의 권한을 충분히 활용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체당금(회사가 도산해 근로자가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할 경우 정부가 사업주를 대신해 일정한 한도 내에서 우선적으로 지급해주는 돈) 등 체임 해소 및 지원 자금을 기금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과 같이 체당금을 운용하는 기관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기금 운용을 통해 불려나갈 수 있어 더 많은 체임 근로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노동 전문가는 "별도의 운용기관이 체당금 등 자금을 운용할 경우 수익을 내 불려갈 수 있다"며 "지원자금이 부족하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있는 자금을 적절히 운용해 체임 근로자에게 더 많이 지원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체당금은 올해 2,662억8,200만원이 책정돼 7월 말 현재 1,275억3,300만원이 체임 근로자에게 지급됐다. 지난해 체당금 예산은 2,781억5,600만원이었다. 이외에 체임 근로자의 정보를 행정기관 내에서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대책을 만들 수 있지 않냐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고용부가 운용하고 있는 '노사누리시스템'을 통해 체임 현황은 파악할 수 있지만 상세 내용은 비공개로 돼 있다. ◇노동위원회에 체임 판정 역할을=일각에서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준사법적인 판정기관인 만큼 법적 다툼이 있는 체임 사건을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노동위가 체임사건을 맡아 사건이 법원으로 가기 전에 판정을 하면 소송 비용은 물론 긴 소송에 따른 근로자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청의 근로감독관의 역할은 그대로 인정하되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에 한해 노동위가 판단을 내리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 신속한 권리 회복을 위해 간이심판 역할을 하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문턱 높은 법원에 굳이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핵심 논리다. 채호일 공인노무사는 "노동사건은 크게 부당해고ㆍ부당노동행위ㆍ차별시정ㆍ산재ㆍ체임 등으로 나뉘는데 이 중 산재는 질병판정위원회에서 관여하고 있다"며 "산재의 경우처럼 법률적 분쟁이 있는 사건을 노동위가 맡아 판정하면 근로자의 신속한 권리 회복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청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은 후 민사소송으로 넘어가는 경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만큼 노동위가 중간에서 이를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이에 대해 행정력 집행에서 비효율적 측면이 다분하다며 반대한다. 실제로 노동위를 거치면 오히려 체임 사건 처리 시간이 길어지고 행정력이 이원화돼 사건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체임 관련 법안은 계류 중=정작 문제는 이러한 여러 논의가 답보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현재 악덕 사업주 처벌 강화와 노동위 역할 제고 등을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비롯해 38건의 관련법안이 계류돼 있다. 환노위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 처리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물론 정부 발의안을 중심으로 개정안 심사가 이뤄질 수 있지만 쟁점법안이 아닌데다 여야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심사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환노위 관계자는 "노동위 역할 확대의 경우 행정력 분산 가능성이 있다는 검토보고가 있지만 여야 논의 과정에서 반대로 권리구제를 위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면 이 부분에 대한 협의가 다시 진행될 수 있다"며 "악덕 사업주 처벌 강화는 여야 모두 인식을 같이하고 있어 논의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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