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격동의 2002 유통가] <4> 기로에 선 카드업계

[격동의 2002 유통가]기로에 선 카드업계 잇단 규제로 수렁…내년 더 걱정 "올해 카드업계가 겪은 위기는 태풍이 밀려들기 직전 먹구름이 끼고 바람이 부는 것에 불과합니다. 내년에는 거센 바람과 폭우를 동반한 태풍이 본격 상륙할 겁니다." 한 신용카드사의 고위 임원은 현재 카드사들이 겪는 경영난이 내년에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이후 금융권에서 나 홀로 승승장구해온 신용카드사들이 수년 내 생존여부가 불투명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지난해 사상최대의 수익을 올렸던 신용카드사들은 올 들어 정부규제 강화, 수익성 악화, 각종 카드범죄로 인한 이미지 추락 등 안팎으로 시련을 겪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장밋빛 일색이던 업계 분위기가 하반기에는 잿빛으로 물들었다. 카드사들은 연체율이 좀처럼 떨어지고 있지 않는 가운데 대출서비스 비중 축소, 충당금 적립기준 강화 등 규제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칼날 세운 정부 올 벽두부터 정부는 신용카드사들을 옭매기 시작했다. 분실, 도난 등으로 인한 카드부정사용에 대한 카드사 책임을 대폭 강화했으며 무자격자 발급, 길거리 카드회원 모집을 전면 중단했다. 올 3월에는 무자격자 회원 발급에 대한 제재로 3개 카드사에 대해 45~60일의 업무정지를 내리는 고강도의 제재를 가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카드사 수익의 원천인 현금서비스 수수료를 비롯한 각종 수수료율의 적정선을 제시하며 사실상 인하를 강제했다. 현금서비스ㆍ카드론 등 대출서비스 비중 축소, 카드사 제재 기준 강화를 통한 영업정지까지 새로운 규제책이 숨쉴 틈 없이 연이어 발표됐다. ◆붉게 물든 재무제표 정부규제 강화와 맞물려 카드대금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상당수 카드사들이 적자로 반전하거나 순익이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2,1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던 외환카드는 올 11월말 41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창사 이래 적자를 낸 적이 없는 국민카드도 지난 10월부터 월별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다.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일부 선발사들을 제외하고는 올해 대다수 카드사가 흑자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사들은 대규모 적자 전환에 대해 신규회원 유치 감소, 연체율 증가세 지속 등으로 영업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대손충당금은 더 많이 쌓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상반기에 카드사들의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은행수준으로 강화한데 이어 내년부터는 현금서비스 미사용분과 대환대출에 대해서도 충당금을 쌓을 것을 지시했다. ◆업계재편 가능성 금감위는 내년 4월부터 당기순익이 적자를 내거나 1개월 이상 연체율이 15%를 넘긴 카드사에 대해 적기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게 된다. 카드업계에서는 적기시정조치를 받는 회사는 사실상 손발이 묶인 거나 마찬가지여서 경쟁이 치열한 카드시장에서 도태되는 결과를 나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결국 전업계 10개사 및 16개 겸업은행이 카드업을 벌이고 있는 카드시장이 일부사의 도산이나 흡수합병 등으로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의 감독을 강화한다는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절반이 넘는 카드사가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정책에는 문제가 있다"며 "정부가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원칙과 방향을 정하는 간접규제책을 시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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