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無로 일류를 빚었다.빚과 어음발행이 없으며 정리해고도 하지 않는다. 그것이 세계 최고 도자기회사로 성장한 한국도자기의 원동력이자 성공비결이다.
김동수(64)회장은 당연히 그 핵심에 있다.
『바위처럼 큰 기업도 있지만 다이아몬드처럼 작고 단단하며 빛나고 값진 기업을 만드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金회장이 40여년동안 도자기를 빚으며 새긴 경영철학이다. 1,000억여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도자기는 창립 56주년을 맞는 올해 「본차이나」와 「슈퍼스트롱」 등의 제품을 세계 최대인 월 350만개씩 생산하며 세계 5대메이커로 자리잡았다. 연간 4,000만달러(전세계 50개국)의 수출규모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한국도자기는 청와대는 물론 국내 고급호텔 등에서 대부분 사용되고 있다.
「로열덜튼」과 「웨지우드」 등 세계 최고의 유명 도자기브랜드에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공급된 제품들이 상당수다.
지난 59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뒤 창업주이자 부친인 김종호(金鍾浩·89년 작고)씨가 운영하던 충북제도(61년 한국도자기로 변경)에 입사, 세계 최고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외길을 걸으며 일궈낸 성과다.
이 회사에는 10년이상 장기근속사원이 20%를 넘고 있다. 대리점 등에 대한 대금지불도 약속한 날짜 하루 전에 지급하고 직원들 월급도 하루먼저 준다.
철저한 신용을 유지하려는 경영자세와 기독교적인 사랑의 결과다.
金회장은 직원들을 위해서는 호텔수준 이상의 화장실을 꾸미는 등 최고의 복지를 보장하고 최고 시설과 원료를 고집한다. 그것이 세계 제일의 제품을 만드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사치를 용납하지 않는다.
IMF이후 金회장은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세형제들과 함께 150억원의 사재를 회사에 내놓았다. 당시 남아있던 100억원의 부채를 모두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그결과 1월 현재 약 38억원의 부채를 안고있다. 그것도 금융기관의 상환만류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91년 수출전용라인으로 설립한 인도네시아 공장의 부채 1,500만달러도 지난해 모두 갚아버렸다.
金회장은 IMF이후 1만원이상 식사는 물론 즐기던 골프도 삼가하고 있다. 판공비도 전혀 안쓴다. 또 자신의 승용차에 들어가는 기름도 자기 돈으로 넣고있다. 천성적으로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다. 아마도 그런 습성은 끝까지 버리질 못할 것같다고 金회장은 말한다.
부채가 적어야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원리를 일찍부터 깨달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입사후 충북제도가 안고있던 부채가 눈덩이처럼 계속 불어 사채이자만 매출의 40%를 넘으면서 느꼈던 고통들이 아직도 아련하기 때문이다.
『10여년동안 기도했습니다. 모든 빚을 갚도록한뒤 영혼을 데려가달라고』
투박한 사기그릇만이 유통되던 시절 金회장은 그래서 돌파구가 필요했다.
선진국형 제품을 만들고 싶었지만 투자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었다.
빚더미속 절망감에서 허우적일때 캐나다 기독실업인회에서 당시 2만달러를 빌려주는 결단을 내려주었다. 金회장 부모들이 교회건립에 큰 공헌을 할정도의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점이 큰 힘이되었다.
단시 金회장은 바로 최신식 가마를 구입, 순백색 자기에 붉은 장미무늬를 넣은「황실장미」홈세트를 시중에 선보였다. 반응은 대히트였다. 고급식기를 찾던 소비자들로부터 주문이 쏟아지면서 68년부터는 TV 등에 광고까지 하게됐다. 물론 수출에도 조금씩 나섰다.
덕분에 모든 빚을 다 갚을수 있었다.
순간 더이상 부러울 것없던 희열감도 잠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했다.
세계최고를 지향하는 金회장의 열망이 현실안주를 용납치 않았다.
영국 등 선진국의 도자기시장에서는 젖소뼈를 태운 재를 이용, 투명하면서도 일반 도자기보다 강도가 3배이상 높은 본차이나가 대명사로 통했기 때문이다.
선진업체들의 냉소적 반응을 집념과 끈기로 극복, 영국 「크레스콘」사와 기술제휴를 체결하며 77년 본차이나를 만들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20여년만인 지난 91년에는 세계 최초로 초강자기인 일명 「슈퍼스트롱」을 자체 개발, 이제는 「도자기의 여왕」이라는 명성을 얻으며 세계시장을 리드하는 메이커로 발돋움했다.
한국도자기는 세계 도자기업체로는 최초로 국제품질인증인 ISO 9001과 국제환경인증인 ISO 14001을 획득, 모든면에서 세계 일류기업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세워놓고 있다.
金회장은 자신이 그랬듯이 직원들에게도 효(孝)를 강조한다.
도자기는 무엇보다 정성이 필요하고 그 것은 바로 효에서 비롯된다는 신념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 55주년 창립기념일때 1,200여명의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부모님과 함께하는 효도관광을 제공했다.
여기에 부사장 장남 김영신(金榮信·37)씨까지 3대로 이어지는 가업(家業)의 전통과 장인정신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만드는 원천이 되고 있다.
이런 결과들은 지난해 한국경영학회서 「경영인상」을, 연세대 상경대학생들이 직접 투표로 뽑는 「기업윤리자대상」을 수상하는 것 등으로 평가받고 있다.
金회장은 보다 더 튼튼하고 훌륭한 회사로 키워 기업을 공개, 고객들에게 보답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인류역사에 길이 남을 도자기를 빚었던 우리 선조들의 혼을 이어 곧 세계 최고 브랜드 메이커로 우뚝 서겠습니다』
金회장의 집념과 도전정신은 끝이 없어 보인다. 【남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