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계가 한국의 '벌떼수비'에 경탄을 보냈다.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해내는 한국 선수들은 필요할 때마다 수비로 전환해 상대팀의 목을 조였다.
한국팀은 상대 선수가 우리 진영에 침투해 올 때면 '벌떼'처럼 매섭게 달려들어 압박했고, 뛰어난 팀플레이로 협력해 물 샐 틈 없는 수비력을 보여줬다. 이들은 폴란드, 포르투갈 등 유럽의 강적들의 무릎을 꿇게 했으며 우승 후보로 꼽히던 이탈리아의 빗장 수비(카테나치오)를 풀어 제쳤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선 지네딘 지단 등 슈퍼스타들을, 월드컵 기간동안에는 올리사데베(폴란드), 루이스 피구(포르투갈), 크리스티안 비엘리(이탈리아) 등 화려한 개인기의 스타 선수들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홍명보-김태영-최진철로 이어지는 한국의 3백 라인이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필요할 때마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가담하는 협력 수비 덕분.
이탈리아의 비에리나 포르투갈의 피구 등 각 팀의 플레이메이커들이 경기내내 맥을 못춘 것은 한국 진영을 뚫더라도 막강 3백 라인과 함께 한국의 미드필드 영건 3인방 이영표-김남일-송종국이 순식간에 에워싸는 협력 수비를 펼쳐 상대의 움직임을 끊어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벌떼수비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83년 멕시코 청소년선수권대회. 당시 4강 신화를 창조했던 한국은 북한의 자격 상실로 갑작스레 본선에 올랐기 때문에 대회 개막 한 달을 앞둔 83년 5월 대표팀을 소집했었다. 체력이나 조직력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박종환 감독은 상대 공격수가 볼을 잡을 때마다 수비수 3~4명이 달려들도록 하는 방법을 고안했고, 실전에서 상대 선수들을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 있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한국팀의 촘촘한 수비는 단연 돋보였다.
지난 18일 열린 이탈리아전에서 히딩크 감독은 후반들어 스트라이커만 5명을 투입하는 모험을 단행했다. 수비의 핵인 홍명보를 비롯, 김태영, 김남일 등 주요 수비수들이 모두 빠진 상황에서 한국의 골문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중앙 미드필더 유상철은 중앙수비수로, 오른쪽 미더필더 송종국은 오른쪽 풀백으로, 최전방에 있던 박지성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환해 튼튼한 수비라인을 재구축했다.
수비수 개개인의 역량도 한국 수비를 더욱 견고하게 하는 힘이다. 한국팀의 주장인 홍명보는 정확한 볼배급과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경기 운영으로 중앙 수비를 진두지휘한다.
특히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최전방까지 볼을 몰고 나오 공격의 물꼬를 터주는 공격 가담능력은 세계 축구계가 오래전부터 인정했을 정도다.
지난 이탈리아전에서 주전 수비수로는 혼자 남았던 최진철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그는 골키퍼 이운재와 둘이 골문을 지키는 상황에서 이탈리아의 최전방 공격수 비에리를 완벽하게 차단했다.
최원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