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유가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경유가격이 리터당 1,300원대의 안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자동차 세제 지원책에 따른 신차 및 교체 수요의 수혜를 가장 많이 보고 있는 것이다. 2일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완성차 업체의 SUV 판매량은 총 2만3,243대로 전월 대비(1만1,767대) 2배 가량 늘어난 9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7년 12월(2만3만711대) 이후 최고치이며 지난 달 완성차 판매증가율(32%) 보다 훨씬 웃도는 수치다. SUV 차량은 지난해 6월 경유가격이 휘발유를 넘어섰을 땐 월 판매량이 8,828대까지 급감했었다. SUV 중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은 기아자동차의 신차 쏘렌토R이다. 쏘렌토R은 과거 '기름 먹는 SUV'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바꾸며 SUV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쏘렌토R은 현대ㆍ기아자동차가 최초로 적용한 2,200cc 클린 디젤 R 엔진을 장착, 연비가 14.1km/l로 준중형차 수준이다. 이 모델은 출시 전부터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지난달 13일 출고되자마자 보름 만에 4,740대가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지난달 말 현재 계약만 1만2,000대에 달해 현재 출고를 기다리는 고객이 7,000여명에 달하며 파노라마 선루프 등 고급 옵션을 장착한 차를 인도 받기 까지는 2달 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 고위 관계자는 "쏘렌토R은 디젤에 대한 인식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면서 "승용차에 버금가는 승차감과 경제성을 갖춘 실용적인 차량이라는 이미지가 그것이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싼타페도 지난 5월에 4월 보다 2배 늘어난 6,126대가 팔렸다. 투싼과 베라크루즈 또한 4월에 비해 5월 판매실적이 각각 15.4%, 53.4% 증가했다. 기아차의 모하비와 스포티지도 2,678대, 668대로 각각 전월 대비 31%, 44% 늘었다. 이 같은 SUV 상승곡선은 올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비가 준중형차 수준의 쏘렌토R에 이어 오는 7월 쏘렌토와 같은 R엔진 장착으로 연비가 뛰어난 부분 변경 싼타페가 출시될 예정이다. 또 9월에는 소형 SUV 투싼 후속이 나올 예정이며, 내년 봄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한 스포티지 후속까지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재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경유 값 안정과 정부의 세제지원책에 힘입어 소형차를 타던 사람이 조금 더 큰 차량으로 갈아 타는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올 하반기에 특히 연비가 많이 개선된 신차 SUV가 이 같은 상승 모드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승용차 보다는 SUV에 대해 파격적인 할인 조건을 내걸고 상승 무드를 이어 가겠다는 방침이다. 기아차는 전 모델 중에서 '모하비'와 2010년형 '스포티지'에 대해 가장 많은 가격할인을 제시했다. 모하비는 150만원, 2010년형 스포티지는 120만원 씩 깎아준다. GM대우도 '윈스톰'과 '윈스톰맥스'를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전 모델 중 최고 조건인 160만원의 파격할인 조건을 내놓았다. 쌍용차도 '액티언', '카이런', '렉스턴'을 사면 100만원, '액티언스포츠'는 150만원의 신차 구입비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