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투명회계를 위한 제언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지금 미국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말부터 엔론이나 월드컴 등 대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잇따라 도산하자 미국증시는 폭락과 침체를 거듭하고 있고 이로 인해 경제 전체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이 같은 기업부실의 배경에 막대한 규모의 회계부정과 기업 경영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존재했음이 밝혀지면서 미국은 회계감독법안을 새로 만들고 회계법인을 감독하는 기업회계감독위원회의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947개의 상장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최근 보고된 재무제표의 정확성을 보증하는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서약의무를 이행한 사실에 투자자들은 긍정적으로 반응했고 그 결과 추락하던 뉴욕증시가 지금은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웃의 외양간이 부실해 소를 잃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도 같은 일을 당하지 않게 외양간을 튼튼하게 보수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IMF 위기 전후 한보와 대우, 동아건설 등 큰 분식회계 사건을 겪은 바 있어 최근 몇년간 회계기준의 국제화와 공시감독 강화 등 조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미 소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어 외양간이 대폭 보수된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경영자에 대한 스톡옵션이 비용처리 되지 않는 것에 대한 큰 논란이 제기됐으나 우리는 지난 98년에 이미 스톡옵션이 비용처리 되도록 회계기준을 개선한 바 있다. 이 같이 우리는 지난 수년간 기업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고 그 노력이 국가신용등급 향상 등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어 신뢰성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회계투명성에 있어 다른 나라를 이미 앞서가고 있다거나 더이상의 노력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의 회계제도에 문제는 없는지 개선이 필요한 곳은 어디인지 생각해보고 투명한 회계가 이행되기 위해 더욱 완벽한 제도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투명한 회계가 이행되기 위해서는 재무제표 작성자인 기업의 의지 및 감시자로서 외부감사인의 역할과 함께 수준 높은 회계기준이 반드시 필요하다. 회계기준은 기업이 따라야 하는 분명한 원칙을 제시해 기업과 감사인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인한 왜곡을 방지해야 한다. IMF 위기를 계기로 회계기준의 제정주체가 전문성을 가진 민간기구인 한국회계연구원으로 이양되면서 이미 국제회계기준과 정합성이 있는 9개의 회계기준서가 제정되는 등 회계기준이 크게 개선되고 그 노력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투명한 회계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회계정보의 직접적인 생산자인 기업회계가 투명하게 처리돼야 한다. 미국 기업들의 투명회계서약에 맞춰 우리나라의 이 같은 투명성 서약이 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투명성 제고에 소극적이던 우리 기업의 경영자들이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하니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투명경영서약과 같은 사건이 분위기에 휩쓸린 일회성 행사가 되지 않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경영투명성과 회계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편이 되도록 경영자의 서약에 법적 책임을 부여하고 또한 서약에 참가한 기업에 세무적 특혜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야 할 것이다. 투명한 회계를 위해서 감사인은 많은 이해관계자를 대리해 감사대상 회사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고 회계정보의 사회적 인증기능을 수행하는 위치에 있음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정부차원에서 미국의 회계감독위원회와 같이 회계법인과 공인회계사에 대한 감독을 위한 기구설립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사인의 자율적인 품질관리의 강화이든 또는 회계감독위원회의 설치와 같이 타율적인 감독에 의한 것이든 방법론과는 상관없이 감사의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은 투명성의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김경호<한국회계연구원 회계기준위원회 상임위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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