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매물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상향 돌파하려고 시도할 때마다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나오는 바람에 다시 주저앉는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증시는 이달 6일 삼성전자가 깜짝 실적을 발표할 때만 해도 2ㆍ4분기 어닝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강한 탄력을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막상 본격적인 실적발표를 앞두고는 2ㆍ4분기 및 3ㆍ4분기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지고 있는데다 중국ㆍ미국 등 외부변수의 영향력도 떨어지는 상황이다. ◇증시 프로그램 매매에 휘둘려=10일 코스피지수는 상승세로 출발한 후 한때 1,440포인트선까지 넘보는 듯했으나 프로그램 매물이 1,400억원가량 쏟아지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는 오후 한때 1,415포인트까지 하락했으나 외국인들의 선물 매수가 크게 늘어난 데 힘입어 다시 반등했다. 하지만 이내 프로그램 매물이 늘어나면서 코스피지수는 1,430포인트선 밑으로 내려앉은 상태로 장을 마쳤다. 이날 프로그램 매물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가 흐름을 이끌 만한 뚜렷한 재료를 찾아보기 어렵다 보니 소규모 프로그램 매매 물량에도 증시가 휘둘리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거시경제 여건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지표가 혼조세를 보이는 탓에 3ㆍ4분기 수출 증가에 대한 기대감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재정투자의 약효가 서서히 사라지는 만큼 내수 역시 큰 폭의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증시의 수급 역시 탄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잦아드는 듯했으나 코스피지수가 1,400포인트선을 넘어서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투신권이 최근 들어 주식 매도에 치중하는 것도 이런 환매 수요 때문이다. 그동안 증시의 수급안정에 기여했던 개인투자자들도 주가가 오를 때마다 차익 매물을 쏟아내며 하반기 조정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박스권을 뚫고 한단계 올라서기 위해서는 수급이 강하게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폭발력 있는 수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음주 실적 시즌에도 게걸음 장세 이어질 듯=그동안 지수 상승에 대한 부담 때문에 IT→자동차→금융→내수 등의 순으로 순환매 양상이 이어졌다. 이런 양상은 오는 13일 포스코를 필두로 시작되는 실적시즌 때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IT와 자동차 업종의 경우 이미 실적기대감이 반영된 상태라 자칫 차익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ITㆍ은행ㆍ자동차 등을 제외하고는 실적에 대한 신뢰가 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종목별로 부침이 심한데다가 미국이나 유럽 증시와의 디커플링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알 수 없어 함부로 뛰어들기도, 그렇다고 버리기도 아까운 ‘계륵’과 같은 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