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금융위 존재감 강조, 시장에 엄포 놓더니… 말문 닫은 김석동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도 현안 한마디도 언급 안해<br>"결과물 나올때까지 침묵"

취임 직후부터 ‘금융위원회의 존재감’을 얘기하면서 시장에 엄포를 놓았던 김석동(사진) 금융위원장이 갑자기 말문을 닫았다. 3시간 넘게 수십명의 기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조차 현안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자신이 ‘특기’로 내세우고 있는 역사 얘기만 잔뜩 꺼낸 것이다. 지난 21일 저녁 여의도 금융감독원 2층 대강당. 김 위원장은 이날 전체 출입 기자들과 취임 후 처음으로 공식 만남의 행사를 가졌다. 저축은행 정리 등 현안이 수두룩했던 터라 기자들의 머리털은 잔뜩 곤두서 있었다.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 이후 언론과의 접촉을 사실상 중단했던 터라 이날 행사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컸다. 하지만 기자들의 기대는 금세 김이 빠지고 말았다. 오후6시 등장한 김 위원장은 처음부터 강연에 들어갔다. 주제는 ‘대한민국 경제와 한민족의 DNA’. 기마·유목 민족의 유전자(DNA)를 살려 세계와 적극적인 교류·협력을 해 나간다면 오는 2032년에는 세계 7대 경제대국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재정경제부 차관 퇴임 이후 역사에 빠져 있던 김 위원장은 금융위원장에 임명되지 않았다면 책을 낼 계획이었다. 그의 강연은 무려 1시간40분 가까이 진행됐고 이후 진행된 식사 자리에서도 역사 얘기가 이어졌다. 결국 현안에 대한 발언은 끝까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한 당국자는 “현 시점에서 한 마디라도 하면 쓸데없는 오해를 불러올 것”이라며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는 침묵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당국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의 침묵이 설 명절 직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실 저축은행의 짝짓기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예금보험기금 공동계정 문제 등에 가닥이 잡히면 자신 있게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뜻이다. 김 위원장이 침묵을 깨는 시점이 곧 시장에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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