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유도의 간판' 김재범(27ㆍ한국마사회)은 지난 24일 영국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한동안 노트북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 당시 아쉬움이 컸기에 잠시도 쉬고 싶지 않았다. 김재범은 이날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동안 이번 대회에서 만날 상대들의 비디오를 보며 분석을 많이 했다"며 "오직 경기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1위 김재범은 31일 오후5시30분부터 시작되는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유도 81㎏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노린다. 그는 2008 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 종료 1분30초를 남기고 독일의 올레 비쇼프에게 '유효'를 허용하며 은메달에 머물렀었다. 4년 전 아쉬움을 이번에는 '금빛 메치기'로 바꾸겠다는 생각이다.
김재범은 베이징올림픽 당시보다 경기력이 일취월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옥훈련을 통해 체력을 보강한데다 테크닉이 한결 좋아진 상태다. 안다리걸리ㆍ허벅다리걸기 등 기존에 잘 쓰던 다리기술 외에 손기술인 업어치기 등이 보강됐다.
부상이 걸림돌이지만 금메달에 대한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김재범은 지난해 말께 왼쪽 어깨를 다치며 한동안 고전했고 최근에는 왼쪽 무릎 인대가 좋지 않다. 김재범은 "지고 나서는 모든 게 핑계가 될 뿐"이라며 "좋은 결과를 갖고 그때 힘들고 아팠었다고 말하겠다"며 의연한 각오를 다졌다.
대진운은 나쁘지 않다. 첫 경기인 32강전을 세계랭킹 20위 야키오 이마모프(23ㆍ우즈베키스탄)와 맞붙는다. 세계랭킹 2위 레안드로 길레이로(29ㆍ브라질), 4위 나카이 다카히로(22ㆍ일본) 등 강자들과는 결승전까지 만나지 않는다. 특히 길레이로는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남자유도 73㎏급 준결승에서 왕기춘의 왼쪽 갈비뼈를 부러뜨린 장본인. 팔꿈치로 옆구리를 찍는 등 거친 플레이를 하는 길레이로를 결승전까지 피할 수 있어 부상에 대한 우려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정훈 유도 남자대표팀 감독은 "현재 100% 완벽한 몸 상태를 가진 선수는 거의 없고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며 "김재범이 금메달을 따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