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고유가 폭풍] 업종별 파장·대책

"쓰나미 수준…경영계획 자체가 무의미" <br>유화·정유-정제마진 마이너스로… "구조조정 불가피" <br>차·가전-플라스틱 가격 폭등…일부 車라인 '스톱' <br>해운업계-물동량 감소 조짐에 비수익 노선 운항중단

[고유가 폭풍] 업종별 파장·대책 "쓰나미 수준…경영계획 자체가 무의미" 유화·정유-정제마진 마이너스로… "구조조정 불가피" 항공·가전-사실상 비상체제…플라스틱 가격에 촉각해운업계-물동량 감소 조짐에 비수익 노선 운항중단 박태준기자 june@sed.co.kr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 맹준호기자 next@sed.co.kr '유가 쓰나미를 피할 곳이 단 한곳도 없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한 데 이어 유화업종의 기초원료인 나프타 가격마저 1,100달러를 넘나들면서 국내 산업계가 초비상이다. 특히 석유화학ㆍ정유ㆍ해운 등 원유가격이 곧바로 원가에 직결되는 업종의 경우 올 초 경영계획 작성시보다 30% 이상 뛰어오른 유가 때문에 경영계획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다. 더 큰 문제는 최근의 고유가가 기본적으로 수급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어서 당분간 유가가 안정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유화업계 "대안이 없다"=석유화학의 기초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22일 장중 톤당 1,100달러(싱가포르 현물시장 일본도착도 가격 기준)를 넘어서자 유화업계는 예상을 뛰어넘는 고공행진에 할 말을 잃었다. 지난해 나프타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톤당 600~700달러를 기록할 때만 해도 유화업계는 "톤당 900달러를 넘어서면 누가 오래 버티냐의 게임이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던 나프타 가격이 톤당 1,000달러를 넘어 1,100달러를 넘어간 상황. 업계는 이번 유가 및 나프타 가격 급등이 핵폭탄급 파괴력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토탈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제품 가격이 괜찮아 버틸 만한 수준"이라면서도 "현 수준이 지속되면 중소 플라스틱 업계부터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어 제품 시황이 단기간에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 경우가 현실화하면 유화업종은 강력한 구조조정 바람에 내몰린다. 더 큰 문제는 나프타 가격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보통 톤당 나프타 가격은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배럴당 가격에 9.7을 곱한 수준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나프타 가격은 톤당 1,300달러 이상에 형성될 여지가 충분하다. 유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유공장이 고유가로 인한 수요 감소로 인해 가동률을 낮출 경우 나프타 수급은 더욱 타이트해질 수 있다"면서 "오는 8월 이후 중동의 신증설 물량까지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국내 유화업계는 직격탄을 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정유업계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고유가가 지속되면 정유사가 돈을 번다'는 등식은 깨졌다. 정유사의 수익은 정제마진에 달렸는데 지난 4월 배럴당 1~2달러까지 회복됐던 단순정제(상압정제) 마진이 5월 들어 다시 -1~4달러로 빠져들었다. GS칼텍스의 한 관계자는 "원유가격이 워낙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휘발유, 나프타, 등ㆍ경유, 벙커C유 등 제품 가격 상승폭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ㆍ가전도 타격=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경영계획에 유가를 배럴당 85달러 수준으로 잡았지만 유가가 치솟자 사실상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유가와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항공사들의 기름값 부담이 50% 이상 증가했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연간 약 3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격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손익을 맞추려면 항공료를 올려야 하지만 국제선의 경우 유가변동허가제를 채택하고 있어 정부의 허가 없이는 항공사들이 마음대로 항공료를 인상할 수 없다.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일부 보전받기는 하지만 기름값 상승분을 따라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는 게 항공사 측의 설명이다. 제주항공과 한성항공 등 국내선만 운영하는 저가 항공사들은 유류할증료조차 적용받지 못해 수익성 악화에 신음만 내는 형편이다. 대한항공은 1ㆍ4분기에만도 3,25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 분기 1,308억원의 이익을 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4,500억원가량의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아시아나항공도 1ㆍ4분기 순이익이 전 분기에 비해 72.7% 급감했다. 항공사들은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최대한 연료를 아끼고 운항횟수를 줄이는 등 수익성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일부 기종의 경우 기름이 덜 소요되도록 엔진을 개조하고 항공기 탑재 물품을 줄여 연료 소모를 방지하고 있다. 항공기에 탑재되는 물까지 적정량을 제외하고는 줄여야 할 형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유가 급등이 지속되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부 노선의 경우 운항횟수를 줄이거나 운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전날부터 중국 대지진 여파로 수익성이 떨어진 인천~청두 노선에 대해 운휴에 들어갔다. 가전업종도 플라스틱 가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가볍고 광택이 좋은 고부가가치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는 추세라 유화제품 가격 상승이 원가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운 물동량 축소 조짐도=해운업계 역시 고유가로 인해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해운업종은 전체 비용 중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15%에 달한다. 이에 따라 각 해운업체들은 유가변동에 따라 유류할증료를 연동시키는 방식(플로팅 BAF)으로 새로운 계약을 유도하고 있지만 세계적 불경기에 따른 수급의 변동으로 하주들을 설득시키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선사들은 최근 수요가 적은 노선의 운항빈도를 줄이고 연료 소모가 가장 적은 경제속도로 운항하라고 현장에 지침을 내리는 등 비용절감 작전에 나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가 상승분이 운임에 100% 반영되지 않는데다 지금과 같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무역업계도 고유가로 인한 미국ㆍ유럽의 소비심리 위축과 해운ㆍ항공 등 물류비용 증가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히 가전ㆍ타이어ㆍ제지 등 수출 제품은 단가에 비해 부피가 크고 소비심리에 따른 수요 변동이 크다"면서 "종합상사들의 무역 취급 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