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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한국건축문화대상] 일반주거부문 본상, 혼신지 집

노을과 호수·연꽃… 주변 풍경 편하게 담아내

혼신지 집은 집 앞에 펼쳐진 혼신지를 감상하기 위해 가로로 길게 지어졌다.

거실에는 커다란 통유리가 사용돼 건물 내외부가 하나로 연결된 듯한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



경북 청도군 화양읍 고평리에 위치한 '혼신지(魂神池)'. 노을과 호수 위의 연 잎이 만들어내는 빛과 암의 장관으로 유명한 곳이다. 많은 사진작가들이 청도를 가면 꼭 방문할 정도로 사랑받는 이곳에는 그림 같은 2층 단독주택이 자리잡고 있다. 건물만 떼어놓고 보면 분명한 '건축물'이지만 주변 풍경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자연의 일부 같다는 인상을 남긴다.

주인공은 김현진 SPLK건축사사무소 대표가 설계한 '혼신지 집'이다. 혼신지와 이를 둘러싼 산세를 감상하기 위해 지어진 주택으로, 전면이 후면보다 두 배 가량 길어 사다리꼴 형태인 대지 위에 가로로 길게 놓여 있다. 집 앞에 펼쳐진 혼신지를 바라보기에 최적화된 구조인 셈이다. 마천석, 화이트오크, 유리 등 자연 재료만 썼고, 근처 석산(石山)에서 가져온 청석으로 돌담을 쌓아 건물과 대지의 조화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아름다운 주변 경관과 작품이 어우러지게 하면서 공간의 연속성을 잃지 않도록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쳤다"며 "지역의 고유한 풍경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려 했다"고 말했다.


주택의 거실 안에 들어서면 유리 활용에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투명도가 높은 저철분 통유리를 통해 혼신지와 주변의 완만한 산세가 시원하게 들어온다. 대문짝만한 유리창은 하나의 크기가 가로 2.8m, 세로 2m에 달한다. 바깥에 세운 난간도 두께가 1.5㎝에 불과한 유리여서 언뜻 보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듯한 모습이다.

특이한 점은 거실·주방 같은 공적 공간이 모여 있는 앞동 보다 서재·침실 등 사적 공간이 마련된 뒷동의 높이가 높다는 것이다. 집 안의 다양한 눈높이와 위치에서 혼신지를 중심으로 펼쳐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2층 욕실에도 거실처럼 커다란 창을 설치해 바깥 경치를 즐기며 목욕을 할 수 있다. 욕실과 침실 사이에 있는 문을 열면 옥상이 나오는데 전면이 개방된 곳에서 누리는 경치는 가치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평화롭고 아름답다.

혼신지 집에는 비밀스러운 깜짝 공간이 있다. 앞 동 중정에서 혼신지 쪽으로 세워진 벽을 밀치면 견고해 보이던 나무벽이 스르륵 열리고 혼신지가 눈앞에 나타난다. 위층에 설치된 물홈통을 회전축으로 이용해 거대한 벽이 회전문처럼 열리도록 설계한 것이다. 김 대표는 "거실에서 창문 너머로 바라보는 풍경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게 될 것"이라며 "건물과 경관을 직접 연결하고 공간을 내부에서 외부로 무한히 확장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공사에만 1년이 넘게 걸린 '수공예 집'답게 건물 구석구석 노력과 정성을 엿볼 수 있다. 1층은 실내와 중정의 벽면을 모두 화이트오크로 처리했는데, 길이 40㎝ 가량으로 자른 작은 나무토막을 촘촘히 이어 벽을 만들었다. 혼신지 집을 감싸고 있는 돌담을 만들기 위해 인근 석산에서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돌을 잔뜩 가져와 하루에 2m씩 손으로 쌓았다. 김 대표는 "꼼꼼한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공사가 크게 지연됐지만 정직하게 작업했다"며 "건축재료의 활용부터 설계, 시공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정교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기성 제품 거의 쓰지않고 수공예 작업 했어요"

● 설계자, 김현진 SPLK 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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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한민국 신진건축사 대상과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을 한꺼번에 수상하면서 조금 두드러져 보였을 뿐입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데도 '혼신지 집'이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드립니다. 혼신지 집의 매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향후 작업에도 적극 반영해볼 계획입니다."

'혼신지 집'설계자인 김현진(사진) SPLK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건축문화대상 본상을 수상한 것이 자신의 능력보다 함께한 시공팀, 건축주, 그리고 멋진 자연환경 덕분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혼신지 집이 탄생하기까지 서로의 입장을 배려하고 공통된 목표를 위해 같은 마음으로 협력한 결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작품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매 작업마다 제 각기 다른 사람들이 있고 다른 조건들이 있는데 이것들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그때그때 배우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단련해 사람들에게 감동과 행복을 주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혼신지 집을 설계하면서 건물과 자연의 관계가 끊임없이 이어지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인근 석산에서 실어온 청석으로 담장을 쌓아 대지의 경계를 드러내면서도 그 지역의 고유한 풍경을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또 내·외부 공간에 사용된 화이트 오크 목재를 같은 크기와 원리로 제작해 일체감과 공간의 연속성을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똑같은 집을 두 번 다시 못 짓겠다는 생각으로 흠 잡을 데 없는 수공예 집을 지었다. 창호, 홈통, 방문 등 세밀한 부분을 직접 디자인하고 기성제품을 거의 쓰지 않은데다 욕조와 세면대 등도 다른 재료를 사용해 손수 만들었다. 김 대표는 "여기에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패시브 하우스를 만들기 위해 내부 목조틀 사이에 단열재를 채워 넣고 그 내·외부에 각각 75㎜의 단열부재를 세우는 방식으로 350㎜에 달하는 벽체를 만들었다"며 "기본 틀을 구성하는데만 해도 시간이 오래 걸려 결과적으로 설계와 시공에 2년에 소요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혼신지 집을 촬영했던 세계적인 건축 사진작가인 '헬렌 비네'의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았다. 원하는 한국 사진작가의 섭외가 어렵던 상황에서 외국으로 눈을 돌려 헬렌 비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공사중인 사진을 본 헬렌 비네가 촬영 요청을 수락했고 지난 5월 사진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덕분에 혼신지 집의 아름다움이 해외 여러 매체에 소개됐고 현재 네덜란드의 그루텐 스튜디오와도 포토북 편집과 출판을 협의하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후배 건축학도에게도 조언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나무가 서서히 자라야 단단해질 수 있는 것처럼 당장의 성공에 집착하기 보다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건축은 위대하지만 우아하게 건축하는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계속 나아가는 것만이 의미가 있고 노력이 가장 큰 재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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