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IPTV 사업자인 프리텔레콤은 올해 초 개인방송(TV PERSO)을 시작했다. 이것은 일반 사용자들이 방송 채널을 이용해 자신들이 제작한 영상이나 메시지를 전송하는 일종의 사용자제작콘텐츠(UCC) 방송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유사한 서비스로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가 있다.
TV PERSO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영상과 소재 등으로 많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으며 신청자들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하지만 개인방송이 시작되면서 이전에는 없던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기존 방송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노골적인 음란물과 폭력물이 활개를 치는 것은 물론 유료로 제공되는 다른 방송 콘텐츠도 사용자들끼리 공유해 유통시킨다는 것. 프랑스에서 개인방송이 다른 일반 시청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방송사 간 분쟁의 빌미를 제공하는 요인으로 급부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개인방송은 현재 어떤 규제의 틀에도 속하지 않는다. 이전까지 IPTV의 방송 콘텐츠는 대부분 이미 방송규제를 받고 있는 방송사들이 제작한 것이었다. 따라서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TV PERSO는 방송사 아닌 일반인이 운영하기 때문에 기존 법으로는 규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프랑스 시청각최고위원회(CSA)는 우선적으로 시청자 보호를 위한 이중 개인확인 절차를 도입하는 한편 TV PERSO같이 새롭게 등장한 서비스들을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송법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그네스 빈센트 드레이 CSA 위원은 “현재 유럽연합(EU)의 규제원칙을 적용한 새로운 미디어 규제법을 만드는 중”이라며 “프랑스에서 진행되는 IPTV의 움직임은 뉴미디어의 규제를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TV PERSO의 등장은 CSA뿐 아니라 프랑스통신위원회(ARCEP)에도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포르노 같은 음란물이나 다른 방송사가 보유한 콘텐츠를 인터넷 네트워크를 이용해 불법 전송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규제기관인 ARCEP도 팔짱만 끼고 지켜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브리엘 가우디 ARCEP 위원은 “프리텔레콤의 TV PERSO를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면서 “불법적인 콘텐츠 전송에 따른 시청자들의 소송이나 방송사와 통신사 간 분쟁 등에 대비해 방송 송출자의 신원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문제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TV PERSO가 기성 방송을 지겨워하던 시청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은 시청자들이 방송의 수용자에서 새로운 창조자가 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도 “이들에 대한 적절한 규제원칙이 세워지지 않는다면 방송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고민은 현재 프랑스와 같은 일부 국가에만 국한된 얘기일 수 있다. 아직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행되는 IPTV는 기존의 방송 서비스를 케이블이나 위성이 아닌 인터넷선으로 제공하는 차원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들의 요구가 커질수록 UCC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비한 규제원칙을 세워둘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