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분단 이후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었다. 반세기 동안 이 선 때문에 그토록 많은 고통을 당해왔기 때문에 감개무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의 말처럼 이번 발걸음이 금단의 벽을 허물고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가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걸어 넘어 연 길을 민간인이 줄지어 이을 수 있을 때 길로서 의미가 있고 남북화해의 상징이 될 수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차분한 환영행사 영접으로 시작된 정상회담도 그렇게 진행되기 바란다. “회담이 실용적인 회담이 될 것”이라는 노 대통령의 방북 인사말에 기대를 갖지만 지나친 욕심과 흥분은 금물이다. 중요 의제인 평화체제 및 경제공동체 구축도 한걸음씩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장애물을 제거해 상호불신을 신뢰로 바꿀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회담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관심사는 북한 핵폐기를 통한 평화체제와 남북경제공동체 구축이다. 핵폐기와 평화체제 구축은 6자 회담과도 관련이 있어 남북의 의지를 확인하는 것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지만 남북 상생(相生)의 경제공동체 구축은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대통령을 수행한 대기업 총수들과 북한 경제 관계 인사들 간에 예정된 간담회에서 의견을 충분히 나누기를 기대한다.
남북경제협력을 확대하려면 남한 기업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북한은 이를 위한 법과 제도적 기반이 취약한데다 인프라도 열악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에 대통령을 수행한 기업인들은 ‘부담’을 떠맡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제2의 공단조성 계획이 떠오르고 있지만 개성공단만 하더라도 통관ㆍ통신ㆍ통행에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남북정부 간에 경협합의를 해도 이를 실행하는 것은 민간기업인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기업할 맛 나도록 각종 안전장치를 마련해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도 마련된다면 군사분계선을 걸어 넘은 노 대통령의 발걸음은 작아도 의미는 크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