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위기의 건설업] <상>한탕주의가 부른 부메랑

집값 뛸때 대박 노려 앞다퉈 진출 '자업자득'<br>'다단계' 주택공급 구조가 고분양가 주범<br>대구에선 분양가가 시세의 2배 달하기도<br>위기 와야 사업다각화… 되레 자금난 초래


[위기의 건설업] 한탕주의가 부른 부메랑 집값 뛸때 대박 노려 앞다퉈 진출 '자업자득''다단계' 주택공급 구조가 고분양가 주범대구에선 분양가가 시세의 2배 달하기도위기 와야 사업다각화… 되레 자금난 초래 정두환 기자 dhchung@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6,254개. 주택건설업 등록 대행기관인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등록된 국내 주택건설업체 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국내 시장 규모에 비해 업체 수가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시장은 한정돼 있는데 왜 6,000개가 넘는 건설업체가 난무하고 있을까. 건설은 가장 시장 진입이 쉬운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3억원 이상의 자본금과 관련 초급 기술자 1명만 있으면 회사를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시장이 조금만 활기를 띠면 너도나도 주택사업에 뛰어들어 ‘대박’을 노리는 산업구조가 돼버렸다. ◇집값 뛸 때 만연한 ‘한탕주의’가 제 발목을 잡았다=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 물량이 쌓여 있는 대구.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1만가구 정도였던 미분양 물량이 현재는 2만가구를 훌쩍 넘었다. 그나마 공식통계로 비공식적으로는 3만가구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교적 외곽지역으로 꼽히는 달서구와 달성군으로 이어지는 도로변에는 수도권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엄청난 아파트들이 지어졌거나 공사가 한창이다. 지하철 상인역 주변은 새로 들어선 대규모 아파트와 주상복합으로 거대한 마천루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 아파트들은 대부분 텅 비어 있다. 저녁이면 불이 꺼진 곳보다 불이 켜진 집을 세는 것이 훨씬 빠를 정도다. 상인동 A공인의 한 관계자는 “대구시내 기존 40평형대 아파트 시세가 비싼 곳이 2억원 정도인데 분양가는 2배에 가깝다”며 “새 아파트 한 채 값이면 기존 집 두 채를 사는데 누가 분양을 받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보제공업체인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올 들어 대구에서 완공됐거나 입주 예정인 아파트(주상복합 포함)는 무려 2만8,100가구에 이른다. 단지명을 들여다보면 내로라하는 대형ㆍ중견 건설업체가 거의 예외 없이 포함돼 있다. 오히려 지역 업체의 이름을 찾기가 더 어려울 지경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올 들어 대구에서 준공됐거나 준공 예정인 단지가 있는 건설업체가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업체와 거의 일치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대구 아파트시장은 건설업계의 자화상이다. 한창 지방 분양시장이 달아오르면서 너도나도 앞뒤 가리지 않고 경쟁적으로 현지 분양시장에 뛰어들다 보니 결국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 셈이다. 대구시의 공식인구는 251만명. 광역시이지만 인구로만 치면 안양시보다 약간 많은 수준이다. 여기에 주력산업인 섬유산업이 붕괴되면서 이렇다 할 성장기반을 찾지 못한 채 4년 연속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곳이다. 인구 1,000만명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인 서울이 4만9,000가구 정도의 입주물량에도 휘청대는 것을 감안하면 어쩌면 지방 분양시장의 붕괴는 누구든 예측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대구 지역 업체인 B사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업체들이 기본적인 시장조사도 하지 않은 채 시장을 초토화시켜놓았다”며 “이 때문에 지역업체들마저 설 곳을 잃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다단계’ 구조가 만들어낸 고분양가=건설업계 유동성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인 미분양 적체에는 주택공급의 복잡한 구조도 한몫했다. 일반 제조업과 달리 주택사업에는 다단계에 가까운 유통구조가 고분양가로 이어지고, 결국 집값이 하락하면서 높은 가격이 업계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택사업을 들여다보면 무수히 많은 이익구조가 발생한다. 높은 값에 땅을 팔고 싶은 땅 주인과 이 땅을 사들여 사업을 추진하는 시행사, 그리고 시공자는 물론 분양ㆍ홍보 대행업체까지 하나의 거대한 고리로 연결돼 있다. 여기에 사업자금을 빌려주는 금융권과 개발사업을 조건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요구하는 학교ㆍ도로 등 기반시설 설치비용 등까지 감안하면 고분양가는 당연한 결과다. C건설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업 과정에서 다양한 집단들이 자기 몫을 챙기려다 보니 3.3㎡당 30만원짜리였던 논밭이 막상 분양시점에는 500만~600만원까지 뛰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정작 아파트라는 상품이 최종 소비자에게 팔릴 때는 복잡한 사업구조에 관여한 여러 집단의 터무니없는 이익까지 원가로 둔갑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결국 집값 하락기에는 이 같은 상품가격이 소비자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면서 엄청난 재고부담은 물론 기업의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다. ◇‘남이 하면 나도 한다?’=건설업계의 한탕주의는 주택사업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12일 법원에 법정관리신청을 한 신성건설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한 것은 1,500여가구에 이르는 미분양이 가장 큰 이유지만 이 같은 상황 속에 뒤늦게 해외사업에 진출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기업들의 포트폴리오는 대부분 위험이 닥치기 전에 미리 이뤄져야 하는데 건설업계는 유독 위기가 현실화한 뒤에야 뒤늦게 사업다각화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성건설의 경우 미분양이 적체된 상황에서 조기에 유동성을 확보하는 대신 오히려 새로운 사업을 벌여 자금난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업계는 특히 침체된 주택사업의 활로를 찾기 위해 해외에 진출한 중견업체들의 경우 신성건설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한때 국내 업체들의 해외진출 1순위로 꼽혔던 두바이ㆍ베트남 등의 부동산 시장은 집값이 절반 가까이 폭락하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해외 부동산개발시장에 진출하다 보니 현지에서는 국내 업체들끼리 경쟁하면서 서로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비방하는가 하면 경쟁업체 인력을 빼내가는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연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대형업체 CEO는 “해외 건설시장은 정보력과 영업력을 갖춘 대기업조차 수년간의 검토가 필요한 곳”이라며 “남들이 돈을 번다고 덩달아 벌떼처럼 몰려드는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 한 건설업계의 위기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 [위기의 건설업] 이제 건설사가 '액션' 보여줄때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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