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한 집에 두 대 이상은 있을 정도로 흔해 빠진 게 텔레비전이다.
그러나 어렵던 시절 텔레비전은 집안 장식품에다 부의 척도이기도 했다.
흑백TV 한 대만 있어도 폼 잡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컬러TV에 이어 이제는 더욱 선명하고 화려한 색상의 PDP와 LCD TV까지 등장했다.
1953년 컬러TV가 발명된 지 27년 만인 1980년 8월2일 국내에서도 컬러TV가 본격적으로 시판됐다.
1966년 금성사(현 LG전자)가 처음 흑백TV를 생산한 지 14년 만에 컬러TV 시대가 열린 것. 그러나 당시 국내에서는 컬러TV가 생산되고 있었지만 컬러TV 방송은 시작되지 않았다.
1974년 한국의 아남전자와 일본 마쓰시타전기의 합작사인 한국내쇼날이 컬러TV 2만9,000여대를 생산, 전량 수출한 이래 1977년부터는 금성사와 삼성전자도 생산에 뛰어들어 연간 수출물량이 총 11만 대에 달했다.
국내 제조업체들은 컬러TV 시판과 컬러TV 방송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고 국내 방송사들도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소비를 조장하고 국민 계층간 위화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컬러TV 방송을 허용하지 않았다.
흑백TV 한 대 없이 가난하게 사는 사람도 많은데 비싼 컬러TV가 나오면 없는 사람들은 더 비참한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미국의 등쌀을 견디기는 어려웠다.
1970년 말 미국은 컬러TV를 생산해 미국시장에 수출만 하는 한국에 대한 수입규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박 대통령이 서거하고 5공화국의 주체가 된 신군부는 컬러TV 방송을 하기로 결정하고 이날부터 컬러TV 시판을 허용했다.
컬러TV 방송은 사회ㆍ경제ㆍ문화적 변화와 제조업ㆍ서비스업을 포함한 산업 전반이 급속히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