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력난이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은 9일 중국의 일부 지역이 지난해 말부터 전력부족으로 조업차질을 빚기 시작해 외국 투자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기업들은 예고없는 단전을 우려해 예비용 발전기를 구입하는 등 대비책을 서두르고 있다.
전력난의 첫번째 원인은 전력공급이 경제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있다. 중국의 전력소비 증가율은 2000년을 기점으로 공급 증가율을 앞질렀다. 올해 전력소비 증가율은 15%에 이르지만 공급 증가율은 8%에 불과하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의 전력 부족율이 11%에 이른다고 말한다.
전력난은 공업생산이 활발한 동부와 남부 연안의 대도시 지역에서 특히 심해 더욱 문제로 지적된다. 연안지역인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는 전력예비율이 5%에 미달하지만 서부지역 윈난(雲南)성은 30%를 넘는다. 이 같은 지역적 전기수급 격차는 후진적인 전력배송 시스템 탓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상하이 등 대도시 지역이 지금까지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당국의 배려 덕분이다. 당국은 대도시 지역의 단전이 초래할 대외적인 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배후지역을 희생해가며 우선적으로 대도시에 전기를 공급했다.
이 때문에 후난(湖南)성과 저장(浙江)성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수요가 큰 공장을 대상으로 제한송전이 실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저장성에서는 제한송전으로 조업차질을 빚었던 시멘트의 가격 상승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력난의 또 다른 원인은 중국 정부의 전력수급 예측 실패 및 전력산업 구조개혁과 연관돼 있다. 중국 정부는 1990년대 말 향후 상당 기간 전력공급이 수요를 능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전력산업 개혁에 착수했다.
중국이 최근 수년간 소규모 화력발전소 증설보다는 싼샤(三峽)댐 등 대규모 발전시설에 자금을 집중적으로 투자한 것은 이 같은 개혁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대규모 발전시설은 공기가 길어 전력공급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중국 정부의 추산에 따르면 2005년 중반이 돼야 전력이 수급 균형을 이루게 된다. 앞으로 최소한 18개월 동안은 만성적인 전력부족의 위험성에 직면한 셈이다. 중국이 지난 2년간 북한으로부터 2,000만㎾의 전력을 수입했다는 이야기는 중국의 전력난을 상징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에 따라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도 전력수요가 많은 업체를 대상으로 절전을 강요하고 있다. 일부 조선소에서는 생산설비를 제외한 모든 난방장치의 가동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은 이와 함께 2005년 이후의 장기적인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러시아로부터 원전 수입을 서두르고 있다.
<배연해 기자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