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해외 주재원·교민 '고환율 비명'

유로·위안화 환율등 50%이상 올라 "앉아서 임금 깎여"<br>아내·자녀 귀국 시키고 독신 생활 고려<br>국내펀드 반토막·대출금리 상승 '3중고'<br>기러기 아빠들은 자녀 방문 꿈도 못꿔


“지난해 한국에서 떠나올 때 가입한 주식형 펀드는 반토막이 나고 어렵게 장만한 아파트는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부담이 늘었습니다. 여기에다 유로화 강세로 인해 임금마저 깎이는 신세입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한국계 회사를 다니고 있는 김모(40)씨는 임금을 달러베이스로 받고 있는 탓에 원ㆍ유로 환율이 최근 1,800원대까지 치솟자 울상이다. 지난해 환율이 1,200원 수준에서 무려 50%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초 달러가 약세를 면하지 못하면서 유로의 대달러 환율이 1.6달러까지 급등했을 때는 아찔했다. 그나마 최근 달러가 유동성 감소로 인해 강세를 보여 다행이다. 환율이 연일 폭등세를 보이면서 미국은 물론 유럽ㆍ중국 등 해외에 일시 거주하고 있는 교민이나 주재원 등이 생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등 IMF 때와 유사한 위기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자녀를 해외에 유학 보내고 있는 가정의 근심 또한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파리 생활 2년차인 최모(42)씨는 펀드에 1억원을 투자하고 아파트 대출 2억원을 갚아야 하는 형편이라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다. 당초 1~2년 후 한국에 돌아갈 때 펀드와 부동산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완전 딴판이다. 펀드는 주가지수 하락으로 반토막 났고 대출금리는 연 7%에서 10%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연 이자만 수백만원이 더 들어가고 있기 때문. 최씨는 “해외에 있다 보니 펀드ㆍ부동산 문제 처리가 여의치 않다”면서 “IMF 경제위기 못지않을 정도로 ‘이보다 너 나쁠 수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위안화 환율이 200원을 돌파하면서 중국 거주 교민들 역시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125원이었던 위안화 환율이 200원대를 돌파하면서 무려 60% 이상 상승했다. 일부 교민들은 귀국을 서두르고 있고 비자 문제 때문에 일시 귀국했던 유학생들은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 주재원들은 실질소득이 크게 줄어들면서 자녀과 아내를 귀국시키고 혼자 기러기 아빠로 지내야 할 형편이 됐다. 베이징의 김모씨는 “자녀 둘을 국제학교에 보내왔으나 환율이 너무 올라 자녀 학비를 감당하지 못해 아내와 자녀를 서울로 돌려보내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급등으로 베이징에서 한 그릇에 40~50위안 하던 설렁탕과 김치찌개는 8,000원에서 1만원짜리 고급 음식이 돼버렸다. 캐나다에 초등학생ㆍ중학생 자녀를 보내놓은 기러기 아빠 박모(46)씨도 고공행진하는 캐나다달러 환율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하다. 미국경제 악화로 달러가 약세를 면하지 못하면서 캐나다달러 가치가 올라 이제는 달러와 캐나다달러 환율이 1대1 수준까지 상승했다. 박씨는 “지난해 800원 수준이던 캐나다달러가 1,240원 수준으로 절반 이상 올랐다”면서 “교육비와 생활비 송금만으로도 형편이 부치다 보니 1년에 아이들을 한번 찾아가는 기러기에서 그냥 국내에서 발만 동동 굴러야 하는 ‘펭귄’ 아빠로 밀려나는 느낌”이라고 자조 섞인 심정을 드러냈다. 한편 사업을 하는 박모(53)씨는 평소 해외출장 후 남은 외화를 환전하지 않은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다. 약 1만유로와 1만달러를 보유한 박씨는 환율상승으로 올해 수익률만 50% 정도에 이르고 외화예금 금리의 덤까지 늘었다. 연초 1.5%이던 외화예금 금리는 최근 외화유동성 부족이 심각해지자 4%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