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여당이 오래 살려면

이용웅<정치부장> yyong@sed,co,kr

[데스크 칼럼] 여당이 오래 살려면 이용웅 yyong@sed,co,kr 이용웅 11일은 열린우리당이 만들어진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창당의 주역이였기에 감개가 없을 수 없는 노무현 대통령은 당에 축사를 보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성공한 정당을 만들어 보자”고 당부했다. ‘만세’를 부르는 것은 만년은 살라는 축복이고, ‘천세’를 부르는 것은 천년은 살라는 뜻인데, 노 대통령은 ‘백세’를 불러준 셈이다. 그러나 정권의 수명은 경제가 결정한다. 철권을 휘두르며 만세를 영위할 것처럼 보였던 박정희 정권이 무너진 것도 따지고 보면 경제 때문이었다. 10ㆍ26이 터진 1979년은 2차 오일쇼크가 휘몰아치던 때라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던 시기였다. 이어 80년대 초반기는 사상초유의 마이니스 성장을 거치면서 국민들은 엄청난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민주적인 절차를 따랐다면 장군들의 재집권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1986년 10월 항쟁으로 군사정권이 끝장날 것처럼 보였지만, 최후의 승자는 결국 장군출신 노태우씨에게 돌아가 여당이 재집권에 성공했다. 80년대 중반 플라자 합의로 엔화가치가 급등하면서 원화값과 금리가 같이 떨어지고, 기름값도 밑으로 빠지는 3저호황이 찾아와 한국경제는 미증유의 대호황에 들어섰던 것이다. 국민들은 겉으로는 반독재를 외치면서도 두둑해진 주머니 사정에 양김(兩金)결별을 빌미삼아 군사정권을 연장해주는 심술을 부렸다. 많은 식객들을 거느리고 민정당에 들어가 아랫목을 차지한 김영삼씨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것도 다 경제 때문이 아니었던가. 경제사정이 그런대로 괜찮은 탓에 국민들은 ‘3당 합당’이라는 미증유의 정치적 배신 또는 결단을 내린 김영삼씨를 대통령으로 올려놓아 여당은 다시 한번 재집권에 성공했다. ‘호남 대 비호남’의 정계구도로 도저히 대통령이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였던 김대중씨에게 대권이 넘어가게 해 여당이 재집권에 실패한 것은 오로지 경제때문이었다. 문민정부가 집권 5년 동안 외채를 끌어들여 ‘신경제 100일계획’이니 ‘세계화’니 뭐니 하면서 온갖 어릿광대짓을 거듭하다 외국자본에 나라를 송두리째 넘기는 IMF사태가 오자 도탄에 빠진 국민들이 집권세력을 바꿔치기 한 것이다. 경제덕을 본 것은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거듭하면서 대권을 얻어낸 뒤안길에는 세계적인 불황기였던 2002년 6%가 넘는 고도성장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물론 그 뒤에는 온갖 벤처사기와 카드 남발이라는 경제학대정책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이유야 어쨌든 그 덕에 여당이 재집권에 성공한 것은 사실이다. 기자가 생각하기에 그는 ‘돼지 저금통’ 때문에 대통령이 된 것은 아닌 것같다. 지금은 어떤가. 집권하자 마자 3%라는 저성장에 몰입해 서울역 앞에는 노숙객들이 다시 철새처럼 찾아들고, 얻어먹을 것이 없어 집나간 고양이들과 들개들은 떼로 몰려다니면서 차에 치여 지방도로에 간과 뇌를 뿌리고 있다. 손님보기가 어려운 식당주인들은 솥단지를 내동댕이치고, 부자들을 윽박지르니까 외국으로 돈을 이고 나가 여기저기 뿌리고 다니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좌우 이념대결도 볼만해 자칭 수구꼴통들은 체육관에 모여 청와대로의 행진을 외치고, 환경단체들은 들고 일어나 개발저지를 외치면서 정권타도와 비슷한 이슈들을 쏟아내고 있다. 앞으로 남은 3년간 잠재성장율이 4%대로 계속 추락하면, 좌우 모두 이게 왼 떡이냐 하면서 모처럼 찾아 온 혁명적 정세를 나름대로 만끽할 것이다. 경제가 망하면 정권도 망한다. 경제를 살리면 우리당은 100년이 아니라 천세, 만세를 누릴 것이다. 방법은 기자도 잘 모르겠지만, 우리당은 오래 살려면 반드시 경제를 살려내야 한다. 입력시간 : 2004-11-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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