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주주들이 조삼모사 없어야

상황#1. 원숭이를 키우는 사람이 원숭이 먹이를 줄이기 위해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의 도토리를 주겠다고 말한다. 원숭이들은 아침에 배가 고프다며 난리를 친다. 다시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말을 바꾸자 모두 좋아한다. 상황#2. 등록기업이 나쁜 실적 전망치와 투자 실패 위험성 등을 밝히려 하자 투자자들은 주가가 떨어진다며 반발한다. 그러자 회사는 계약체결 임박, 외자유치 추진 중, 신규사업 진출 등을 발표하고 주가는 급등한다. 주주들은 환호하지만 얼마 못 가 불성실공시ㆍ시세조정ㆍ최대주주 횡령 등의 사고가 터지며 부도와 함께 퇴출된다. 상황#3. 영화직물이 최대주주가 바뀐 후 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신규 자금을 조달하고 10개 회사에 219억원을 투자했다. 최대주주 변경과 유상증자, 신규사업 진출 등의 재료가 터지며 주가는 7,000원에서 3만원으로 네 배 가량 급등했다. 최대주주 등은 유상증자 물량을 1년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회사는 정관에 3자 배정 유상증자 관련조항을 뒤늦게 추가했다. 그러자 정관개정 이전에 단행된 105만주의 유상증자는 무효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관개정에 앞서 실시한 유상증자라는 점에서 위법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법은 주주들만이 나서서 무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금융감독원은 감독당국이 나설 수 없다며 뒷짐을 지고 있고 증권업협회는 소송 시한인 6개월 동안 유상증자 주식을 인출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했다며 나머지는 주주들의 몫이라고 발뺌한다. 주주들은 주가상승으로 이득을 얻었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감독당국은 법의 사각지대에 숨어 원칙에서 벗어나고 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바라만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규정개정에 나서야 한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주주들도 혹시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속담 속에 등장하는 원숭이가 되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우승호<증권부>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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